문단관계자들 문예지 통해 상업주의 풍토 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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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돈과 정실때문에 문학과 문단이 타락하고 있다.시.소설등 문학작품집 출간과 문예지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데 반해 작품의 질은형편없이 떨어지고 있다.쏟아지는 작품들의 옥석을 가려 독자들에게 안내해야할 평론은 파벌과 시류만 좇다 독자들 에 대한 영향력을 잃어버린채 특정 작품이나 출판사의 홍보 수단으로 전락하고있다. 평론 대신 이제는 광고가 문학을 관리한다.단순한 읽을거리에 불과한 작품들이 무차별 광고에 의해 베스트셀러가 되고,진정한 문학정신과는 거리가 있는 작가들이 그 광고의 수혜자가 돼화려한 각광을 받는다.파벌로 조각난 문단 틈새에선 또 신생 문예지들이 신인들을 무차별 양산하고 있다.
『발행인이나 편집인이 어떻게 문학 지망생을 찾아 그런 낯뜨거운 흥정을 벌일수 있는가.』 소설가 유재용씨는『韓國文學』1.2월호에 실린 권두언을 통해 일부 군소문예지들이 벌이고 있는「신인장사」를 개탄한다.
문인칭호를 얻으려 안달난 사람들의 질낮은 작품을 뽑아 등단시키고 사례를 받는「신인장사」는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문단의공공연한 비밀.그러나 문제는 이름만대면 다 알수 있는 중진문인들이 그 거래의 선도역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례비도 받고 그들을 제자로 만들어 문단에서 지배력을 행사하려는 일부 중진문인들의 파렴치한 행태를 백일하에 드러내『문학풍토를 정화하자』는게 유씨의 제언이다.
『출판의 모범적인 개성은 존중되지 않고 순전히 대규모 광고전에 의해 출판의 성공 여부가 가려져버린다.』 『문학상이 몇천만원이니 1억원이니 하며 상금의 크기를 내세우는 것은 독자의 눈을 현혹시키는 상업적 행태에 불과하다.』 『현대시』2월호에 실린 특집좌담에서 문학평론가 이영준.최동호씨는 책광고,나아가 문학상마저도 철저히 장사속만 좇게된 풍토를 비판하고 있다.자본력이 든든한 상업출판사나 한탕주의를 노리는 일부 신흥출판사들이 엄청난 비용이 드는 TV광고 도 마다하지 않고 출판의 성패를 오로지 광고에만 걸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 말이다.
문학성은 아랑곳없이 대중의 흥미에만 영합하는 작품을 택해 이루어지는 이런 책광고는 독자들의 선택기준을 마비시켜 그 책으로만 몰아가버리기 때문에 한정된 도서시장에서 건전한 출판사와 책의 설 자리를 앗아가버린다는 게 李씨의 지적.
과대 책광고 못지않게 일부 문학상의 상업성도 문제다.문예지에서 운영하는 문학상의 선정기준이 문학성보다 책 판매를 위한 대중성을 우선하고 있다는 비난이 종종 일고 있는 가운데 최근엔 장편 한편에 1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액수의 문학상 도 등장했다. 문학상이 늘어나고 상금 액수가 커지는 것 자체는 나쁠게 없지만「액수의 크기만큼 작품도 좋고 권위도 있다」는 식의 선전은또다른 장사속으로 오해를 부를 수도 있다는게 崔씨의 의견이다.
『화제거리가 생기면 우르르 몰려가는 무목적.무책임.무정견한 비평이 난무하고 있다.』 문학평론가 송희복씨는『문학사상』2월호에 실린 특집「시류영합의 문학을 진단한다」에서 비평가로서의 줏대나 개성,작품에 대한 진지한 성찰없이 문제작.화제작으로만 몰려 낭비되는 평론의 편중현상을 나무랐다.
집단을 형성,몰려다니며 특정작품에 호평이나 악평을 집중하는 것을 음험한 전략지향적.권력의지적 행태로 본 宋씨는 비평가들에게 불편부당한 도덕성을 갖추라고 거듭 강조했다.
상업광고와 신인양산으로 인한 문학과 문단의 가치전도현상이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지만 기성문단은 속수무책.표절과 음란문제를 검찰의 손에 넘길수밖에 없을 정도로 이미 문단은 자정능력을 잃었다. 문학과 문인이 계속 삶과 사회를 껴안고 갈 수 있기 위해서는 지금이야말로 진정 문학의 제도를 지키려는 문단의 집단적각성과 대응이 요구되는 때라는 것이 이들의 일치된 목소리다.
〈李京哲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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