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찍」 서두르면 역작용 우려”/한 외무,방미결과 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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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이 우리보다 강한 입장 취한적 없다
한승주 외무장관은 11일(이하 한국시간) 앨 고어 미 부통령·앤터니 레이크 백악관 안보담당보좌관,12일 워런 크리스토퍼 국무·윌리엄 페리 국방장관과 연쇄회담을 한뒤 기자회견을 갖고 그 결과를 설명했다.
­이번 방미성과를 평가한다면.
▲그동안 미 언론에서 군사적 동향에 대한 많은 보도가 있었는데 이것이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위기의식을 불러일으켰다. 그래서 이번에 미국정부 고위관계자들을 만나 양국의 기본원칙에는 전혀 변함이 없으며 정부차원에서의 대응방안이 완전히 일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현재의 국면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희망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빈에서 북한­IAEA간의 협의가 완전히 결렬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협의가 재개될 수도 있고,경우에 따라서는 북한과 미국이 뉴욕접촉을 통해 의견을 교환할 수도 있다. 북한 핵문제는 아직도 대화의 국면에 머무르고 있다고 판단한다.
­한 장관은 「당근」과 「채찍」작전을 구사해야 한다고 얘기했는데.
▲어떤 시점에서 대화냐,채찍이냐를 자유로이 결정하기는 어렵다. 만약 시의에 맞지 않게 채찍을 휘두르면 그후에 역작용이 생겨날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북한 핵문제는 62년의 쿠바 미사일 위기나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때처럼 하루 하루가 위급한 상황도 아니다. 게다가 한국이나 미국이 독자적으로 제재결정을 내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북한이 계속 핵사찰을 수락하지 않고 있는데도 대화노력만 강조하는 이유는.
▲역시 대화를 통한 해결이 위험성이 적고 북한 주민들에게 비참한 상황을 맞는 경우를 피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른바 대북제재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합의를 얻어야 하고,특히 중국이나 비동맹국가들도 대화노력이 소진됐을 때 협력할 것이다.
­미국이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강경한 입장을 취할 때마다 우리가 미국의 허리춤을 잡는 인상을 주는데.
▲대화노력을 다 한 다음에 강경조치를 취한다는 전략에서 한미정부가 견해차를 보인 적은 없고,더욱이 미군이 강경하게 나가는데 우리가 붙잡는 경우는 없었다. 또 미국이 우리보다 강한 입장을 취한 적이 없다.
­21일의 IAEA 정기이사회 전망은.
▲그때까지 북한 핵문제가 어떻게 풀리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IAEA­북한간에 합의가 이뤄지고 사찰이 시작되면 IAEA가 북한 핵안전조치의 연속성이 단절됐다고 선언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합의가 안되면 IAEA는 아마도 북한의 핵활동이 평화적인 목적 이외에 사용되지 않는다는 보장을 할 수 없게 되므로 북한 핵문제가 유엔안보리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21일까지 북한 핵문제가 풀리지 않을 경우 어떤 시나리오를 상정할 수 있는가.
▲북한 핵문제가 유엔안보리로 회부되더라도 대화노력은 계속하겠지만 대화는 상당히 어려워질 전망이다. 안보리에서는 북한에 사찰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거나 약한 제재에서 강한 제재로 옮겨가는 방안 등을 강구할 것이다.
­중국이 최근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회의에서 대북제재조치를 반대했다는 소식인데.
▲중국은 작년 북한 핵문제의 유엔안보리 회부를 반대했다가 나중에 이를 수용했으며,유엔결의안 채택 때에도 허용한 적이 있다. 중국이 앞으로 대북제재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한미 양국이 북한 핵문제를 풀기 위해 얼마나 대화노력을 기울이느냐와 연계돼 있다고 본다.
­현 단계에서 북한과 직접 대화할 필요을 느끼지 않는지.
▲우리는 북한과 핵문제 해결을 위해 언제든지 대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만 고집하면서 남북대화를 기피하고 있다. 남침은 지금이라도 대화할 용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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