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친선축구 손발 잘맞춘 2人] '황금 발' 최태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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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신랑' 최태욱(23)의 발끝에 불이 붙었다. 최태욱은 지난해 12월 20일 동갑내기 유치원 교사인 정혜령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그는 결혼식장에서 장인.장모에게 큰절을 올리며 "한국 최고의 축구선수가 되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특유의 성실성에다 책임감까지 더한 최태욱은 이번 대회에서 스트라이커로 변신, 연일 시원한 슈팅으로 한국 공격을 이끌고 있다. 지난 15일 파라과이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최태욱은 스위스전에서 전반 17분 통렬한 30m 중거리포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득점 선두에 나선 최태욱은 팀 우승과 득점왕, 최우수선수(MVP)라는 세 마리 토끼를 노릴 수 있게 됐다.

최태욱의 변신에는 올림픽팀 김호곤 감독의 '밀어주기'도 큰 힘이 됐다. 최태욱이 부평고 졸업반이던 1999년 말 당시 연세대를 이끌었던 김감독은 "최태욱이 이천수보다 낫다"며 그를 스카우트하려 했다. 그러나 최태욱은 프로축구 안양 LG에 입단했고, 안양 조광래 감독은 그에게 측면 미드필더를 맡겼다. 최태욱은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스피드로 공.수에서 헌신적으로 뛰었지만 특유의 공격력은 살리지 못했다. 프로축구 4시즌 동안 6골.12도움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김감독은 최태욱을 최전방에 포진시켜 마음껏 공격을 하도록 했다. 자신감이 생기고 슈팅 기회가 늘어나면서 그는 대표팀 최고의 '캐넌 슈터'로 변신할 수 있었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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