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APEC 가입/회원자격 못갖춰/현재론 “희망사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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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개방부터 하라” 회원국 한목소리/북한,지역질서 참가로 투자유치 노리는듯
북한의 김정우 대외경제위원회 부위원장이 최근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보이고 있는 아시아에 속해있는데 따른 이득을 얻고 싶다』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APEC)에 가입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 주목된다.
김 부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이 외교정책적 목표에서 비롯된 것인지,아니면 아시아­태평양 국가들과 관계를 잘 맺어 나가겠다는 일반적인 자세표명인지는 분명치 않으나 그가 북한의 개방파 관료중 한사람인 점을 감안할 때 의도적인 발언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APEC 회원국이 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요건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북한이 APEC에 가입하는데는 상당한 요건충족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APEC는 91년 서울에서 개최된 각료회의에서 채택된 「서울 APEC 선언」에서 회원국의 자격요건을 규정했다.
이 요건은 ▲역내 국가와 상당한 규모의 교역이나 경제관계가 있을 것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의 기본원칙을 준수하는 국가일 것 ▲APEC의 원칙과 목적을 수락할 것 등을 정했다.
북한은 개방을 말하고 있으나 「우리식 사회주의」를 고집하고 있어 현재 이같은 요건을 하나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APEC 회원이 되기 위해선 세계자유무역의 룰을 제도화해야 하고 태평양 국가들과의 교역을 늘리는 무역자유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여기에 APEC가 작년 11월 미 시애틀 각료회의에서 앞으로 2∼3년동안 회원국 수를 더 이상 늘리는 문제를 검토하지 않기로 한 것도 북한에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당시 각료회의는 멕시코와 파푸아 뉴기니를 신규 회원국으로 받아들이고 올해 칠레를 회원국으로 참가시키기로 해 회원국이 17개국으로 늘자 신규회원 가입 동결을 결의했었다.
APEC가 지역협력체로서의 위치를 굳히기전에 회원국 수만 느는 것이 결속을 다지는데 문제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때문에 북한이 설사 싱가포르에 위치한 APEC 사무국에 당장 가입 신청서를 내고 각 회원국들에 협조요청을 한다해도 북한의 가입허용 여부를 가리기 위한 논의는 그만큼 늦춰질 수 밖에 없다.
다만 북한이 먼저 개혁과 개방의 길로 들어선뒤 APEC 가입을 적극적으로 원할 경우 동북아 평화와 안보유지 차원에서 회원국들이 북한의 가입문제를 앞당겨 논의할 가능성은 있다.
한국은 현재 북한을 개방으로 유도,역내 경제질서속에 동참시키는 것이 유리할뿐만 아니라 신외교의 미래지향외교와 부합된다고 보고 북한의 APEC 가입을 원칙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를 제외하면 다른 회원국들은 북한의 참가를 그리 달가워 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개방이 이루어지지 않는한 회원국으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결국 북한은 ▲역내 국가들과의 수교 ▲개방의 제도화 ▲무역자유화 등 사전조치를 한후에 가입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북한이 핵문제 해결에 이어 개방을 가속하고 미·일 등과 수교,남한과 평화공존 정책을 유지할 경우 가입은 상당히 앞당겨질 수도 있다.
중국도 개방에 이어 아시아개발은행(ADB)에 참가한후 91년 APEC 회원국이 됐다.
최영진 외무부 국제경제국장은 『북한이 APEC 가입을 들고 나오는 것은 우선 ADB나 세계은행(IBRD)에 참가,투자유치를 꾀하는 등으로 당장 가입보다는 지역질서에 참가하겠다는 일반적인 의사로 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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