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소리카드 생산업체 경영 옥소리 김범훈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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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대한민국의 사장치고 나만큼 회사밖으로 외출하는 시간이 적은사람도 없을 겁니다.』 경기도부천시에서 소리카드 전문업체 (주)옥소리를 경영하는 金範勳씨(35)는 매일 14시간가량을 회사에서 보낸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기술개발이 생명인 중소기업이라 회사연구소에서 전자부품과 씨름하는 시간을 되도록 많이 가져야 하고 한편으론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직접 파악,처리하는「해결사」역까지 도맡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주력제품인 옥소리 소리카드는 컴퓨터에 장착해 외국어학습.음악교육에서 노래방.전자오락용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현재 국내시장 점유율이 90%로 경쟁상대가 없을 정도. 『「옥소리」라는 제품명은 92년1월 시판을 앞두고 사내공모로 결정했지요.퍼스널컴퓨터를 갖고 있는 소비자들께서 아껴주신 덕에 매출액이 92년 1백억원에서 지난해엔 2백억원가량으로부쩍 늘었습니다.』 金씨는 나아가 컴퓨터로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한「옥소리 CD비전」을 최근 개발,시장에 내놓고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
경남 거창에서 태어난 그는 고향에서 인문계고교를 졸업한뒤 79년 금성사에 입사했다.1년간의 연수를 거쳐 금성사 중앙연구소에 발령받았으나 박사학위 소유자가 수두룩한 연구소에서 그는 심부름하는 정도의 역할밖에 할 수 없었다.
金씨는 독하게 마음먹고 퇴근후 연구소에 남아 독학으로 전자공학을 익혔다.노력한 보람으로 점차 사내에서 인정받아 회사에서도그를 연구 프로젝트팀에 정식으로 끼워주기 시작했다.
金씨가 85년 금성사를 떠날 때까지 세차례나 발명왕에 뽑힐 수 있었다.손가락이 닿으면 자동으로 날개 회전이 멈추도록 한 어린이용 안전선풍기도 그의 아이디어.
『홀로 서고싶어 회사를 떠났습니다.그러나 창업이라는 게 쉬운일은 아니더군요.』 그는 몇년간 실패를 거듭한 끝에 89년12월 중소기업인 삼호전자를 인수,독립에 성공했다.
金씨는 기술개발이 중소기업의 생명이라는 신조와 함께 노사화합을 경영의 가장 큰 노하우로 삼고 있다.
『우리 직원이 지금 63명인데 이 숫자도 사실 너무 많습니다.사장은 담임선생처럼 사원들의 가려운 곳,아픈 곳을 세세히 파악하고 해결해야 하는데「학급인원」이 넘치면 불가능하지요.우리가대기업을 앞서려면 돈이 필요한 사원에게는 봉급인상 을,총각에게는 신부감을,무주택자에게는 살 집을 마련해 줄 정도로 같이 고생하는 이들을 위해 꼼꼼히 정성을 쏟아야 합니다.』 이 때문에옥소리는 매일 점심시간후 사내탁구장에서 탁구 두게임 이상을 하지 않는 직원에게 벌금(1천원)을 물리고 있다.『컴퓨터만 다루다 보면 운동부족이 되기 쉽기 때문』이라며 金씨는 밝게 웃었다. 〈盧在賢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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