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야재미있다>축구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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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1930년 남미 우루과이에서 열린 월드컵축구 창설대회의 가장재미있는 에피소드는 결승전에서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가 벌인 사용球 논쟁.
오늘날 월드컵대회의 공식 사용구는 아디다스사의 탱고볼이지만 당시만해도 공식 사용구가 지정되지 않았었다.
월드컵사의 기념비적인 첫우승이 걸린 역사적인 상황에서 우루과이는 개최국의 이점을 살려 자국의 볼을 사용하려 했으나 인접한국경 프라테강을 건너온 1만여명의 극성팬들을 뒤에 업은 아르헨티나도 좀처럼 양보할 기세를 보이지않았다.
다른 경기에서와 마찬가지로 축구에서도 사용구의 결정은 승부에막대한 영향력을 미친다.선수들의 발에 익숙한 볼을 경기에서 사용한다는 것은 그만큼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수 있기 때문이다.따라서 양국은 사용구 선택을 놓고 한치의 양보없이 격돌했다.
우루과이는 개최국의 볼을 쓰는 것이 당연하다고 우겼고, 아르헨티나는 어림없는 소리라며 경기거부 의사를 내비쳤다.
우루과이는 마음같아서는 밀어붙이고 싶었지만 아르헨티나 팬들이어떤 행동을 벌일지 알수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딱한 입장이 되었다.경기장 입구에서 무기휴대에 대해 철저한 검사를 했다 해도 성난 관중들이 무슨 난동을 부릴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결국 언론이 중재에 나서 사용구문제가 해결됐다.지금 생각하면 코미디같은 방법이었지만 전반전은 아르헨티나공을 사용하고 후반전은 우루과이 공을 사용키로 했다.
경기는 평화적으로 치러졌고 결국 주최국 우루과이가 아르헨티나를 4-2로 이겨 우승을 차지,월드컵축구의 첫 페이지를 장식하는 주인공이 되었다.
축구에 광적인 우루과이는 온통 축구열기로 광란의 도가니가 되었으며 급기야 정부는 결승전 다음날을 국경일로 선포했다.
〈林秉太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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