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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지름길” 「TK」 끌어안기/이기택대표 잦은 대구행 속뜻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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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장선거 승리·비주류 제압 동시 포석/김상현의원도 “지역구 대구로”… 당권 승부처 조짐
이기택 민주당 대표가 3일 대구를 방문함으로써 「현 정부에서 소외를 느끼고 있는 TK(대구·경북)」에 대한 민주당의 공세가 가시화되고 있다.
이 대표의 이날 방문은 대구시 대한노인회와 장애인복지간담회 참석이 공식명분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벌써 세번째인 그의 대구행은 대권도전과 단체장선거의 승리를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 대표의 이같은 「TK 잡기」와 함께 비주류의 좌장 김상현의원도 차기 당권을 장악할 경우 『대구로 자신의 지역구를 옮기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당의 「TK 장악싸움」은 차기 전당대회의 최후의 승부수로도 등장할 조짐이다.
○…이 대표는 최근 『내 고향은 경북 영일』(JC 초청간담회)이라고 누차 강조하고 있다.
3일 대구노인회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이점을 강조했고 『건국이래 대한노인회에서 야당 대표를 초청한게 처음인데다 특히 대구에서 초청해주어 그만큼 더 의미가 크다』고 무게를 실었다.
지난해 11월 성철스님 다비식에 참석한뒤에도 대구에 들렀고 지난달 낙동강 오염사건때는 강하구인 경남지역 대신 대구를 굳이 찾아 시내 5곳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부산에 내려가는 길에는 고향인 경북 영일에 들렀고 지난달 4일에는 영일지구당을 찾아 관심을 표명하는 등 최근 넉달동안 5차례나 경북·대구지역을 찾은 셈이다.
이 대표의 정치적 고향이 부산이란 점을 감안할 때 이 대표의 잦은 대구 행보는 쉽게 의문이 풀린다.
더불어 DJ(김대중씨)와 밀월관계를 유지하는 한 호남표의 향배는 자명한 것이고 현재 「반민자 비민주」로 유동하고 있다고 보는 TK표를 장악할 경우 대권도전의 가능성은 높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단체장선거의 승리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 대표는 『이길 수 있는 적임자가 있다』며 회심의 미소를 지어왔다.
6공때 경제수석을 지낸 M모씨와 내무장관을 지낸 L모씨를 생각하고 있다는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이 대표는 특히 전당대회를 앞두고 『표의 기반이 없다. 낙선이 두려워 부산을 버리고 전국구로 왔다』는 비주류의 줄기찬 공세에서 벗어날 수 있는 카드로도 TK 끌어안기를 적극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비주류의 리더인 김상현의원은 3일 이 대표의 이같은 「TK공세」에 맞서 『차기 당권을 장악할 경우 나 자신이 지역구를 대구로 옮겨 심판받음으로써 원내 제1당과 차기집권의 신화를 창조하겠다』고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김 의원은 오랜 지역갈등 구도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대표가 될 경우 대구로 지역구를 옮겨 15대 총선에 출마,승리함으로써 민주당의 호남정당 이미지를 타파하고 원내 제1당의 교두보역할을 몸소 실천하겠다는 카드를 내민 것이다.
김 의원은 자신의 정치생명을 건 이같은 「모험」으로 대세를 몰아갈 경우 민주당에 지역과 계층을 불문한 인재들이 모여들어 원내 제1당을 이룰 수 있고 나아가 영호남의 고른 득표로 집권의 신화를 창조할 수 있으리라는 계산인 것이다.
지난 대선시 경북지역 대책본부장을 맡아 얼굴을 알렸던 김 의원은 경북도지부장인 김말룡의원이 자신의 휘하인데다 이번 약사법 개정과정에서 대구·경북지역 약사·한의사들의 지지를 받아 「TK장악」에는 자신이 최적임이라는 주장이다.<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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