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원 후보 할당제 '공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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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설 연휴를 코 앞에 두고 여성계에 비상이 걸렸다. 1백2명의 여성의원 후보자를 추천했던 '맑은정치 여성네트워크'와 3백여개의 여성단체가 모인 '총선여성연대'가 20일 국회에서 '정치개악규탄 여성 비상시국회의'를 연다.

설 명절을 맞아 고향으로 향해야 할 발걸음을 국회로 돌리기로 한 것이다. 시국회의에는 각계각층 여성들이 모여 정당을 규탄하고 여성계의 요구를 담은 결의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여성계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이유는 각 당이 철썩같이 공약(公約)해온 여성 후보 할당제가 공약(空約)으로 끝나게 될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비례 대표 50%와 지역구 후보자의 30%를 여성에게 할당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정당법 개정에 포함시키지 않기로 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여성후보 할당제는 "정당 자율에 맡겨야 한다"며 법 개정을 반대했기 때문. 현행대로 비례 대표의 30%를 여성에게 할당한다는 조항은 그대로 두기로 했다. 게다가 한나라당은 당론을 통해 전체 의원수를 늘리지 않을 경우 현재 46석인 비례대표 의원수를 30석으로 줄이고 그만큼 지역구를 늘리기로 했다. 비례대표 여성의원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이 또한 여성의 국회진출을 저해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

때문에 지난 16일 1백2명의 명단을 전달하기 위해 한나라당을 방문했던 여성계 인사와 최병렬 대표 사이에는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최대표는 "당헌에 들어 있으므로 비례대표 50% 여성 할당 약속은 반드시 지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현옥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대표는 "정치개혁특위의 정치관계법 개정은 개악"이라며 "50% 할당제를 관철하지 않으면 51%의 여성표를 포기한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남윤인순 한국여성연합 공동대표는 "시국 회의에서 여성 할당제를 요구하고 비례대표 의석수 축소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할 것"이라며 "여성계의 의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여성유권자 심판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경란 여성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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