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차 매연 줄이는 장치, 대학 벤처서 개발…일본 수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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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경기도 용인 명지대 창업보육 센터안에 있는 ㈜씨에이테크 연구실은 지난해 말 조촐한 자축 파티를 열었다. 3년여 연구 끝에 개발한 제품이 일본에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개발 제품은 디젤차량의 매연을 줄이는 장치다. 카본 덩어리인 숯 같은 매연을 걸러주는 것으로 디젤차량의 머플러 부분에 장착한다. 9개월째 급여를 받지 못했던 임직원 8명은 제품 수출에 앞서 받은 선수금 2억원으로 그 자리에서 두툼한 봉투를 받을 수 있었다.

매연을 줄이는 장치 개발에는 그동안 적지 않은 업체들이 나섰지만 개발과 상용화에 성공한 것은 씨에이테크가 처음이다. 2000년 2월 서울대 기계공학과 출신인 임인권(40)대표는 선후배 기계공학도 7명과 함께 '매연장치의 국산화'를 내걸고 회사를 설립했다.

세계에서 널리 사용되는 미국의 코닝사의 저감장치와는 다른 방식으로 연구를 했다. 코닝사의 제품이 필터 방식이라면 씨에이테크는 '정수기 방식'의 제조 기법을 고안했다. 모래 등을 사용해 여러 겹의 알갱이 층을 만들어 매연을 걸러내는 방식이다.

지난해 초 건설교통부 산하의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에 이 제품에 대한 실험을 한 결과 매연의 90%를 정화하는 능력이 입증됐다.

하지만 정부가 디젤차량에 매연저감 장치를 다는 것을 2006년부터 의무화하기로 해 당장 국내에 판매하기가 어려웠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이 장치를 달도록 법제화한 일본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지난해 일본자동차수송협회와 닛산자동차 연구소에서 두차례에 걸쳐 시험을 받아 제품 성능을 인정받았다.

이를 근거로 도교(東京)도에 디젤차량 매연 저감장치의 판매 허가를 신청했고 지난해 12월 초 인증을 받았다.

곧바로 일본 무역업체인 고쿠사이고교(國際興業)와 수출계약을 했다. 올해 40억원어치(8백대)를 수출하고 일본 내 판매상황을 봐가며 수출 물량을 늘리기로 했다.

임대표는 "대기업들도 포기했던 매연저감 장치를 상용화한 것에 보람을 느낀다"며 "곧 일정이 잡혀 있는 미국 포드자동차연구소에서 제품 성능시험을 받은 후 수출지역을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부산지하철공사는 지하철궤도보수차량에 씨에이테크의 매연저감 장치를 달아 시험운행 중이다.

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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