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전당대회 향해 뛰는 민주/주류·비주류 물밑서 준비분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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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DJ 영향 벗게 7∼8월쯤 열자”/비주류/“대표권한 강화 호기… 자신있다”/이 대표
민주당이 전당대회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당헌상 정기 전당대회는 내년 5월 기준으로 6개월과 3개월 뒤까지 사이에 치르도록 규정돼 있다. 규정대로라면 빨라야 올 연말에야 있을 행사인데도 벌써부터 계파간 물밑경쟁이 치열하다.
이러한 조기전당대회 주장의 배경은 민주당이 김대중 전 대표의 영향에서 벗어나야만 살아날 길이 있다는 홀로서기 움직임과 연관되어 있어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최근 이부영·노무현 최고위원과 김상현고문 등이 잇따라 조기전당대회를 요구한뒤론 주류·비주류를 막론하고 발걸음이 더욱 바빠졌다.
노 최고위원은 이 대표의 기자회견 하루뒤 지도부 교체를 주장하며 조기전당대회의 깃발을 들었다. 이부영 최고위원도 13일과 18일 경실련 초청세미나에서 조기전당대회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상현고문은 틈만 나면 「조기전당대회」를 역설하고 있다. 『이 대표가 못하겠다면 재적대의원 3분의 1의 서명을 받겠다』고 할 정도로 입장이 매우 단호하다.
전당대회를 열려면 지구당 개편대회,시·도당 개편대회 등을 해야하므로 한 두달간 준비가 필요하다.
9월초부터 12월 중순까지 열리는 정기국회와 내년 3월쯤으로 예상되는 지자체장선거를 염두에 둘 때 정기전당대회는 내년 1월 실시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지자제 선거후에나 가능하다.
그러나 조기전당대회 주창자들은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임시전당대회를 소집해서라도 7∼8월중 치러야한다고 주장한다.
김 고문은 임시전당대회를 열면 지구당이나 시·도당 개편대회 없이 가능하고,당헌에 이를 정기전당대회로 인정토록 해놓으면 별도의 정기전당대회를 열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이다.
여기에는 「김심」(김대중씨 영향력)이 작용할 여지를 없애버리자는 생각도 깔려있는 것 같다. 비주류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이기택대표측도 굳이 피할 생각은 없는 것 같다. 아직 「김심」은 이 대표를 선택할 수 밖에 없고,따라서 대세는 자신에게 있다는 계산이다.
그는 이번 전당대회를 연다면 대표의 권한을 강화하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집단지도체제를 유지하더라도 그 기회에 최고위원 정원을 줄여 대표의 목소리를 강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당권을 둘러싼 조기전당대회 주장에는 김대중씨의 영향을 거부하려는 반발이 깔려 있다.
이런 목적을 숨기지 않고 있는 것이 개혁정치 모임이다.
지난달 27일 노무현 최고위원의 주선으로 비주류 김상현·정대철고문,이부영 최고위원 등이 모였다. 이들은 이 대표체제로는 안되므로 바꾸어야 한다는 원칙에는 합의했다. 이른바 반이 연합전선을 만든 것이다.
김상현고문은 「김심」을 거스를 수 없어 공격의 화살을 이 대표를 겨냥하고 있을뿐 사이가 벌어질대로 벌어진 상태다. 사실 곰곰이 들여다보면 김대중씨를 의식하기는 이 대표도 마찬가지다.
방북추진이나 대권출마의지 피력 등은 그의 홀로서기의 일환으로 보면 틀림없다.
김 전 대표의 지원을 받되 그 역시 차기 대권도전을 마지막 기회를 생각하고 있는 만큼 김 전 대표의 복귀만은 쐐기를 박아놓아야 한다는 속셈이다.
김 전 대표측은 이 대표의 계산을 꿰뚫어 보지만 그래도 다음 전당대회에서도 이 대표를 계속 지원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상현고문이나 김원기 최고위원으로 넘어갈 경우 호남에 대한 그의 지배력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김 전 대표의 「사실상」 은퇴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 전 대표측에 가까운 한 의원은 김원기 최고위원이 대표경선을 위해 세확장에 나선 것을 김대중씨가 방치토록 했다고 전했다. 김상현고문측을 견제해온 것과 다른 행동이다. 김 고문과 김 최고위원이 호남의 2인자를 놓고 경쟁하도록 분리통치하겠다는 생각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이부영 최고위원과 정대철고문도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
특히 김 고문은 당권과 대통령후보,서울시장후보 등 역할분담론으로 반이세력을 묶는 작업을 서두르고 있어 전당대회 분위기는 때이르게 익어가고 있다.<김진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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