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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화제>전통회화로 살린 북한산 실경-문봉선 작품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선이나 색이 그 자체만으로 아름다움의 대상이 될수 있다는 서양 현대회화의 조형주의는 전통회화에서 출발하는 한국화가들에겐 하나의 콤플렉스다.
붓을 세우든,눕히든 모두 조형성에 귀착되는 抽象에의 매력은「전통회화를 현대적으로 계승해야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는 이들에게 새로운 출구의 하나로 떨치기 힘든 유혹이 되기도 한다.
한때 水墨抽象에서 한국화의 새 방향을 찾으려했던 젊은 한국화가가 다시 과거로의 유턴을 감행,전통회화의 가장 핵심에 놓인 수묵산수화에 도전했다.
文鳳宣씨(34).그가 학고재 초대로 20일부터 2월5일까지 전통회화방식대로 재현한 북한산의 實景작업 60점을 내건「북한산」전을 열고있다.
전시작품은 인수봉.백운대를 가운데 놓고 여러 시점에서 빙 둘러가며 북한산의 변화무쌍한 실제모습을 포착한 『백운대』『쪽도리바위에서 본 인수봉』『우이동에서 본 삼각산』등.
수묵추상에서 다시 實景山水라는 옛길로 돌아간데 대해 文씨는『先人들이 이미 걸었으되 미처 못보았던 길을 찾아보는 것 또한 의미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앞섰기 때문』이라 했다.
이번에 선보인 작품들에서 그는 보는 각도에 따라 또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북한산의 웅장하면서도 담백한 모습을 보일듯 말듯한 약간의 담채를 제외하고는 온통 먹만으로 재현해놓고 있다.
그는 먹의 농담변화와 번지기,그리고 산과 바위.구릉을 그리기위해 오래전부터 동양화에서 구사돼온 준法등 재래의 전통 산수화기법을 총동원해 현대적인 감각이 물씬한 북한산을 그려보임으로써전통의 현대화라는 한국화의 해묵은 숙제에 대 한 새로운 문제풀이방식을 제시해 보였다.
文씨는 87년 한해에 대한민국미술대전.중앙미술대전.동아미술제등 3개의 권위있는 미술대상을 한꺼번에 휩쓸며 재능을 인정받았던 작가다.
손만 뻗으면 잡힐 것 같았던 전통회화기법들이 말처럼 쉽지 않았다고 고백하는 文씨의 이번 전시회는 그가 단행한 과거로의 선회가 결코 헛손질만은 아님을 입증해주면서 애증이 뒤섞인 눈길로서양화쪽를 바라보아온 한국화 작가들에게 좋은 교 훈이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尹哲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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