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어디로 갈까 … 월급통장 행복한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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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은행과 증권사가 회사원의 월급봉투를 끌어가려고 경쟁을 벌이면서 금리나 서비스 혜택이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진화하는 증권사 CMA계좌=은행의 보통예금처럼 수시입출이 가능해 자산관리계좌(CMA)는 ‘증권사의 보통예금’으로 불린다. 하지만 보통예금에 비해 증권사의 CMA는 지급 금리가 높다. 월급 이체 통장의 대명사였던 은행 보통예금이 타격을 받는 것은 물론이다. 한국증권업협회에 따르면 CMA는 보통예금의 영역을 잠식해 가면서 7월 말 현재 잔액이 21조7923억원으로 크게 불어났다.

 게다가 증권사별 경쟁이 격해지고,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올리자 CMA 금리도 속속 높아지고 있다. 상품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증권사들이 제시하는 CMA 금리는 얼마 전까지 4% 초·중반이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콜 금리 인상 이후 금리가 4% 후반, 5% 초반까지 높아졌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콜금리 인상에 따라 환매조건부채권(RP) 등 운용자산의 금리도 높아져 지급 금리가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CMA는 ▶종금형 ▶RP형 ▶MMF(머니마켓펀드)형 ▶예금형으로 나뉜다. 종금형은 기업어음(CP)에 자산의 50% 이상을 투자하고, 나머지는 콜·회사채 등에 투자하는데 종합금융 면허를 가진 동양종합금융증권과 우리투자증권만 판매가 가능하다. 예금형은 한국증권금융에 예치해 수익률을 내는 것으로 대우증권이 5%의 수익률을 제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 RP형만 확정금리며 나머지는 운용 수익에 따라 지급 금리가 달라진다.

 동양종합금융증권 김승철 과장은 “자산의 운용 수익에 따라 지급 금리가 결정되는 게 원칙”이라며 “하지만 증권사가 가져갈 수수료 부분을 낮출 여지가 있기 때문에 금리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CMA는 은행 보통예금에 비해 은행이나 금융정보회사의 현금자동인출기를 사용하는 데 불편이 따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제휴 서비스를 많이 확대하면서 은행 현금카드보다 서비스가 못할 게 없다는 게 증권사들의 주장이다.

 현금카드 대신 신용카드사의 체크카드를 발급받으면 신용카드와 똑같은 혜택을 누릴 수 있으며, CMA 계좌 하나로 주식·채권과 같은 다른 상품에 투자하기도 쉽다.

 ◆맞대응 나선 은행=연 0.1∼0.2%의 쥐꼬리 금리를 지급하던 은행들도 변했다. CMA로 예금이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연 4~5% 이자를 지급하는 새로운 개념의 보통예금을 속속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기업은행이 최근 선보인 ‘아이플랜 대한민국힘통장’은 고객이 직접 설정한 기준금액(최소 300만원)까지는 연 0.15% 금리가 적용되고 기준 금액을 넘는 초과분에 대해서는 연 3~4% 금리가 지급된다. 전자금융의 은행수수료도 횟수에 제한 없이 전액 면제된다. 예금 이자 대신 주택담보대출 할인을 선택하면 예금의 기준금액 초과분에 해당하는 이자만큼 대출 이자를 깎아준다.

 농협은 다음달에 월급통장의 일정 금액 이상 잔액에 대해 연 5% 금리를 적용하는 ‘뉴 해피 통장’을 출시할 예정이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다음달 이와 유사한 보통예금을 내놓을 계획이다.

 하지만 보통예금의 금리를 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어 고객 이탈을 얼마나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CMA는 기존 잔액이 없었지만 보통예금은 잔액이 너무 많아 한꺼번에 예금금리를 올릴 경우 대출 금리가 덩달아 오르는 사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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