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V 『석학에 듣는다』/피터 드러커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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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기업,경영혁신 없인 도태 된다/국가는 후원자일뿐… 스스로 뛰어야
KBS­1TV가 13일 방송한 『세계 석학에게 듣는다』 제4편 피터 드러커의 「어떤 기업이 살아남는가」 내용을 요약해 싣는다. 드러커 교수는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 등을 저술한 미국 클레어몬트대학원 경영학교수이자 월스트리트저널 논설위원이다.
이제 자본주의사회가 지식사회로 변해가고 있다. 한국이 좋은 예다. 40년전 한국민의 대부분은 농부였고 제조업은 거의 없었다. 지금은 인구의 3분의 1이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고 절반이 전문직·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다. 일제하에선 몇몇만이 대학에 다녔는데 이젠 대학생이 1백만명이나 된다. 일본이 1백25년 걸리고 미국이 2백50년 걸쳐 이룬 것을 한국은 40년만에 해낸 것이다.
이제 노동·자본만으론 더이상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지식이 생산의 근원이 되고 경제활동의 기본이 된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자본이 맡아했던 일을 전문지식이 하게 된다. 바로 지금이 지식사회다.
이제 국가가 없어지고 있다. 여기엔 세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유럽연합(EU) 등 초국가적 구조들이 조직되는 지역블록화현상에서 보듯 지역주의가 뚜렷하다. 둘째,국제주의로 자본이나 정부는 초국가적인 것이 되었다. 셋째요인은 민족주의다. 구 소련·유고에서 보듯 국가는 이미 없어졌다. 국가들이 경쟁한다고 하지만 이는 국가간 경쟁이 아니라 실은 산업과 산업,기업과 기업이 경쟁하는 것이다. 국가는 산업이나 기업에 세계에 나가 경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런 정책중 대표적인 것이 세금정책이다. 40년전 순수 농업국이었던 스웨덴이 하이테크산업국가로 발전한건 적절한 세금정책 때문이었다. 국가는 또 기업이 원만한 노사관계를 유지하도록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새 산업에 투입할 새로운 인적자원도 키워내야 한다.
92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4%로 떨어져 우려가 많은데,성장률을 퍼센티지로 계산하는 것부터 잘못돼 있다. 노동인구증가율과 연관지어 보면 4% 성장은 10년전의 8% 성장과 맞먹는 것일 수 있다. 한국의 경제성장은 느린게 아니다.
그러나 한국경제가 한계를 맞고 있다는 걸 지적해야겠다. 한국의 산업은 이제 변해야 한다. 우선 노사관계가 변해야 한다. 한국은 19세기 서유럽의 경험을 보고 해결책을 모색했어야 하는데 그 전철을 그대로 밟는 실수를 범하고 있다. 사가 노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동반자관계가 돼야 한다.
또 변해야할 것은 한국의 재벌이다. 어느 나라건 초기엔 재벌이 경제를 일으킨다. 기업은 성장할 만큼 했으면 각각 독립해야 한다. 한국 대기업은 몸집이 너무 커져 발빠른 순발력이 없다. 내일을 준비하는 안목이 부족하다.
일본 미쓰비시는 가족재벌이었지만 각기 독립해 나갔다. 서로 독립된 상태에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토요카나 소니 경우는 그렇지 못했다. 경영이 유연성을 갖지 못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제 기업은 기업주의 재산이 아니다. 기업을 소유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그 기업에 마이너스 요인이 된다. 대기업 경영자는 기업을 이해하기 위해 발로 뛰어야 한다. 보고서만 받아보다가는 시장변화를 쫓아가지 못한다.
기업의 경영방법이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 그 이유는 첫째,경영을 제조­공급­소매 등 단계별로 분리·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흐름으로 인식하는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둘째,2년내에 회계분야에 큰 변화가 올 것이다. 이전의 회계방법은 제조업의 대량생산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컴퓨터 처리된 경영자료와 회계자료의 두가지 정보처리시스팀이 10년내에 합쳐질 것이다. 새 경영기법을 아는 것보다 이런 기법이 나오게 된 이유들에 관심을 둬야 한다.
시대가 바뀌면 새 분야가 생기고 새로운 인적자원이 필요하게 된다. 이젠 한곳에서 평생 일하는 시대가 아니다.
경영자들은 바깥세상을 알아야 한다. 소비자와 같이 지내봐야 한다. 경영인은 현장을 배워야 한다. 세일즈맨이 뛰듯이 경영인도 뛰어야 한다.<정리=곽한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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