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댐 취수」 말도 안된다/현실성없는 부산­경남지역 물 공급계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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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낙동강 더 오염시키고 자정미흡/수원 적어 갖가지 부작용 “불보듯”/사업비 1조나… 인근주민 반발도 문제
정부가 부산·경남지역의 맑은물 공급대책으로 내놓은 합천댐 상수원 활용계획은 과연 실현가능성이 있는 것일까.
최형우 내무부장관이 12일 오후 낙동강 수질오염사고 현장확인차 경남 함안군 칠서면 칠서정수장을 둘러본 자리에서 밝힘으로써 표면화된 이 계획은 당초 경남도가 91년 3월 낙동강 페놀유입 사고이후 수립한 것이었으나 그동안 여러가지 사정으로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던 것이다.
경남도는 페놀사고 이후 낙동강 수질오염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갈수록 오염이 심각해지고 있는 낙동강물의 취수를 점차 줄이고,합천댐의 맑은물을 공급하기 위해 「합천댐 광역상수도 개발사업」을 수립했었다.
○경남도 이미 검토
이 계획은 합천댐 하류 49㎞ 지점인 합천군 청덕면 적포리 황강에서 하루 1백50만t의 물을 취수해 창원·마산·진해·김해·창녕·의령·함안 등 경남지역에 90만t,부산에 60만t을 보내 이 일대 1백75만명의 식수로 사용한다는 내용.
이 계획은 지난해 9월 경남도가 사업비 4억5천만원으로 (주)삼안에 의뢰해 타당성 조사를 마쳤으며,정부의 신경제 5개년 계획에 반영해 주도록 건의해놓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이처럼 많은 물을 매일 취수할 경우 황강 하류지역은 물이 말라 자정능력을 잃게 돼 낙동강 오염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먼저 제기되고 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수원부족. 합천댐은 최대 방류량이 초당 19t,하루 1백52만8천7백t으로 설계돼 있어 하류 49㎞ 지점에서 하루 1백50만t을 취수하려면 항상 최대 방류량을 내보내야만 가능하도록 돼있다. 따라서 비가 적게 내리는 계절에는 방류량 감소로 이같은 양의 취수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늘 최대방류 할판
이에 대해 창원대 서정윤교수(50·환경보호과)는 『합천댐을 상수원으로 쓰면서 하류 방류량을 줄일 경우 기존 낙동강 하류쪽은 오·폐수 희석 및 정화능력을 상실해 낙동강 오염은 더욱 심해진다』고 지적했다.
낙동강의 오염을 걱정하는 반대론자들도 합천댐들이 하루 1백50t씩 낙동강으로 흘러들어가 구미·대구 경북지방의 공장 및 생활폐수로 오염되는 낙동강의 오염도를 줄여온 것이 이제는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엄청난 재원확보 문제와 수원보호구역으로 묶일 경우 주민반발 등의 문제점들도 안고 있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회의적인 지적이 많아 백지화가 검토되기도 했었다.
경남도가 페놀사고이후인 91년 이 계획을 세울 때는 사업비가 1천5백억원으로 예상되었으나 지난해 9월 타당성 조사결과 3천3백39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나타나 2년 사이 사업비 부담이 두배로 늘어났다.
이 때문에 현재 3천3백억원대인 이 사업이 예산사정으로 계속 늦춰져 완공목표인 2011년을 넘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동안 물가상승 등을 감안한다면 최소한 1조원대의 사업비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다 부산지역에 겨우 60만t을 보내 낙동강물에 섞어서 사용할 계획이기 때문에 낙동강 수질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밖에도 해인사와 더불어 경남 북부지방의 유일한 관광지인 합천댐 일대가 수원보호구역 등으로 묶일 경우 주택 증·개축 등 재산권 침해를 받게 되는 주민들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근본적 처방 절실
특히 합천댐 건설로 농경지 등을 물밑에 넣고 이주한 6백60가구의 수몰민들은 『생업으로 계획중인 댐내 수면내 가두리 양식장·낚시터개장·유람선 영업 등을 할 수 없게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 계획은 이같은 반발을 무마해야 되는 부담을 안고 있는데다 여러문제점들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실현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합천댐 광역상수도 사업을 추진하는 것보다 낙동강의 수질을 개선할 수 있는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창원=김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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