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있는 투쟁” 신야당상 정립/이 대표 회견 무슨뜻 담겼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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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제화등 정부와 정책경쟁 재강조/방북뜻 천명… 통일문제 선도 포석도
이기택 민주당 대표는 신년회견에서 시대분위기를 반영하듯 국제화를 주제로 하여 개방물결에 대비한 범정치권의 총력결집을 촉구했다.
우루과이라운드(UR) 타결로 국제경제의 무한경쟁을 앞에 놓고 「이대로는 안된다」는 국가적 위기감을 반영하듯 이 대표는 회견 곳곳에서 전방위적인 개방화 대책을 시급히 촉구했다.
이 대표가 새해 야당의 목표로서 우선적으로 힘을 주고 있는 것은 경제회생 부분이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경제는 이상이 아닌 현실이다.
그런 생각을 바탕에 깔고 이 대표는 경제를 살리기 위한 국가체제의 정비를 강하게 요구했다.
이같은 인식의 틀은 김 대통령의 새해 국정운용 기본방향과도 맥을 같이한다. 농어촌회생이나 깨끗한 정치를 위한 정치개혁,통일시대 준비,21세기형 교육·문화·환경대책 등 이 대표가 내건 민주당의 7대 정책목표중 대부분이 그러하다고 볼 수 있다.
과거와 같이 비판만하는 야당이 아니라 무언가 대안을 내면서 투쟁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시대변화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날 회견의 핵심도 국제화시대에 걸맞게 야당도 변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이었다.
이 대표 나름의 「신야당상」을 정립코자 시도한 것이다.
물론 이 대표의 이러한 노력이 이날 급작스레 나온 것은 아니다.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 대표는 이른바 현실중시라는 「신노선」의 색깔을 분명히 하고 정부와의 보완·경쟁을 선언했다.
이는 당연히 「보수회귀」라는 당내의 반발을 초래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올해 시장·공장·농촌 등의 현장을 두루 살피는 「현실정치」 「생활정치」로 새 야당 지도자의 면모를 부각시키는 일을 계속했다. 그리고 신선하다는 일부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낸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이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자신의 신 야당상을 재차 승부수로 띄웠다고 볼 수 있다.
어차피 올해는 민주당내에 당권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수 밖에 없으며 이는 97대권 경쟁과도 연관성을 갖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야당의 선명성이 가미된 대YS 정치공세를 잊지 않은 것도 이점에서 시시하는 바가 있다.
현 정권을 신 권위주의 정권이라고 비판하고 정책에서는 물가앙등 등 신경제정책의 실정을 따졌다.
이 대표는 청와대 일방통행식의 정치행태에도 계속 날카로운 비난을 던졌다. 특히 김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 『정실과 논공행상으로 막중한 책임이 있는 자리에 무원칙한 인사를 계속하고 있다』면서 전근대적인 인사정책이라고 규정했다. 이 대표가 북한을 방문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은 나름의 정세분석 결과라는 설명이다. 현재 정부는 핵문제에 걸려 공세적인 대북정책을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통일연구라면 내가…라며 전력투구하고 있는 김대중 전 대표의 방북도 여러모로 어려운 시점이다.
경제와 함께 통일문제가 뜨거운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시점에 김일성주석과 대화를 나누기에 자신이 적임자라는 판단을 내린 것 같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불쑥 김일성과의 회담을 던진 것은 다분히 인기영합적인 발상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정책으로 경쟁하는 야당으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그의 새해 의지가 과연 정치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두고볼 일이다.<박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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