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관련서적 가벼운 읽을거리 양산-주체적 시각없이 꾸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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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여성들의 교양과 개성 가꾸기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면서 이를 겨냥한 서적들이 속속 베스트셀러로 등장하고 있다.그런데 대부분이「여성을 위한 가벼운 읽을거리」수준에 그치고 있어 여성의 주체적 시각을 반영한 출판물 개발이 시급하다는 지적 이 높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서적은 과거 에세이류 일변도를 벗어나 여성학 입문서,옷입기.화장등 치장술 교본,취미.처세술에 관한 정보집등 품목이 날로 다양해지고 있으며 판매고도 눈에 띄게 느는추세. 92년부터 이같은 서적들을 묶어 여성교양서 코너를 운영해온 종로서적은 1년만에 매출이 30%이상 늘어 매달 4백여권정도 팔리는등 시장이 정착되자 국내에선 처음으로 여성교양서적 베스트셀러 순위를 집계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9~12월)여성교양서 베스트셀러 1위는『일곱가지 여성 콤플렉스』〈표 참조〉.여성학서적으론 드물게 14쇄라는 이례적인 판매고를 올렸다.「착한 여자」「슈퍼우먼」등 여성들이 강요당해온 일곱가지 콤플렉스가 생활 속에 뿌리깊은 성차별의 근원임을 알기 쉽게 설명,대중을 위한 여성학 입문서로 손색이 없다.
김영란씨등 대부분 대학에서 여성학을 가르치고 있는 9명의 여성학자들이 공동집필한 책.「아니오」라고 말할줄 모르는 여자,「백마탄 남자를 기다리는 여자」등은 마땅 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권한다. 이밖에 주체적인 사회 참여로 여성의 소외를 극복하자는메시지를 담은『신데렐라 콤플렉스』『우울한 여자에게』등 번역물들도 꾸준히 팔려 각각 4,6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들 서적을 찾는 손님은 강의 교재로 사가는 여대생들이 90%나 돼 여성학과 일반 여성독자 사이의 거리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현실을 확인시켰다.
그밖의 순위는 화장법.의상 코디네이션.결혼등 여성들의 겉치장위주의「자기 표현」(?)과 관련된 가벼운 정보집들로 도배된 것이 특색.피부미용 안내서『이희재 차밍 스쿨-늘 푸른 여자』(2위),토틀 코디네이션을 소개한『자꾸 뒤돌아 보게 하는 여자』(3위)등이 인기를 끌었다.또 혼수마련에서 신혼여행까지 결혼에 관한 모든 정보를 담은『결혼소프트』(8위)도 최근 여성 교양서의 판매 경향을 보여준다.
이처럼 여성들이 양서보다 가벼운 책들을 선호하는 현상에 대해여성서적 전문가들은 독자의 성향도 문제지만 이를 판촉 전략으로악용하는 출판사의 상업주의가 속히 시정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여성사 溫현정대표는『여성문제 전문 출판사가 자리를 굳히는등외형적으로 여성관련 서적시장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들 서적 대부분이 변화하는 여성들의 의식을 주체적으로담아내지 못한채 극히 개인주의적이고 상업주의적인 내용을 주로 담아「여성교양서」로 포장하고 있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또 작가이기도한 정신신경과 전문의 李那美씨는『현재 여성서적시장은 고수준의 여성학 이론서와 가벼운 상업성 서적으로 양분돼 있어 일반여성들의 접근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진지함을 유지하면서도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여성문제를 다룬 책들이 출판돼야 할 것』이라고 한다.
〈姜贊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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