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새벽을여는사람들>5.노량진 수산시장 경매사 김상진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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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金相辰씨(41)는 우리사회에서 가장 먼저 일어나야 하는 직종에서 일한다.
그의 기상시간은 오전1시30분.서울노량진수산시장에서 경매인으로 일하는 그는 그 시간에 일어나야 경매장에 늦지 않게 갈수 있다. 『새해에도 열심히 건강을 지킬 겁니다.그래야 중매인들이시원시원히 알아들을 수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지요.』 오전3시부터 열리는 경매는 산지에서 생선을 가지고 온 어민들,보다 신선한 생선을 좋은 값에 사려는 중매인들이 어우러져 치열한 삶의 현장을 빚어낸다.
날마다 1천여명 군중들 틈에서 쩌렁쩌렁 소리를 질러대다보니 낭랑하던 목소리를 잃고 쉰 목소리를 갖고 산 세월이 벌써 15년째.그는 경매사들 사이에서도 인정받는 베테랑 경매사다.
『경매는 절대 공정해야 합니다.한번 한 실수는 두번 다시 해서는 안됩니다.우리의 작은 실수때문에 어민이든 구매자든 한쪽이우는 일이 생겨선 안되지 않습니까.』 손가락을 펴보이며 공개수지식 경매방식을 설명하는 金씨는『경매인들은 준공무원이란 정신으로 일한다』고 강조한다.
전남 광주가 고향인 그는 제대직후인 지난 79년『남자로서 한번 해볼만한 직업』이라는 외삼촌의 소개로 경매사란 특수기능직에몸담았다.생선이름이라곤 고등어.갈치밖에 몰랐던 그는 처음 4년동안은 신선도나 산지등으로 생선의 등급을 가리는 감정업무도 했다. 『오전2시쯤 출근하면 반입된 생선을 둘러보며 예정가를 정하지요.공정한 가격을 외치려면 먼저 품질을 내 눈으로 보고 평가하는게 순서니까요.』 불과 15초만에 한건의 거래를 성사시키는 경매사는 기민한 판단력과 재빠르고 정확한 눈,우렁찬 목소리등 3박자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 金씨의 지론이다.
『생산자인 산지 어민과 소비자인 도시민 사이에서 공정한 가격을 형성하는 역할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여름철이면 바깥은 아직 환한데도 오후8시엔 잠을 청해야 하는 점이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그는 이 일을 천직으로 생각한다.
『날이 갈수록 우리 어획량이 줄어드는 것같아 안타깝습니다.』연근해의 환경오염.남획등으로 인한 우리 수산물 자연감소 추세를걱정하는 金씨는『어민들이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잡아올린 생선이 제값도 못받고 팔릴 때가 제일 안타깝다』고 말했다.
〈李相列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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