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산업」 수출 유망하다(또 다른 경제파고/그린라운드:6·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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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2000년에 세계시장 3천억불 성장/「인증」대비 기업 조직개편 시급
지난해 6월 우리나라가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에 가입하자 생약을 원료로 약품을 만들어오던 국내 제약회사들이 큰 타격을 받았다.
또 지구 오존층 파괴방지를 위한 몬트리올 의정서에 따라 우리나라도 92년부터 프레온가스(CFC) 사용량을 대폭 줄이면서 대체물질 개발에 안간힘을 쏟고있다.
그런가하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97년이후 자동차 수출을 계속하려면 수출량의 2%는 완전 무공해차를 수출해야 하므로 국내업계가 전기자동차 개발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환경문제를 무역규제에 연결시키는 그린라운드가 총체적인 틀이 갖추어지지 않았을뿐 부문별로는 이미 시행중임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화석연료 의존도가 82%로 선진국(일본 76%,미국 64%,프랑스 51%)보다 높고 산업구조도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 에너지를 많이 쓰는 업종위주로 되어있어 그린라운드에 특히 취약하다. 미국의 경제예측기관인 DRI분석에 따르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이 환경규제 조치를 취할 경우 우리나라는 연간 산업생산 0.7% 감소,수출 0.5% 감소,소비자물가 0.7% 상승 등의 영향을 받는다. 또한 산업연구원은 선진국들이 환경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일본·서유럽에 대한 우리의 수출은 연간 시멘트·철강·종이 등을 중심으로 2.7%감소(91년 기준 10억2천만달러)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같은 피해없이 그린라운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재계와 정부가 그린라운드를 환경비즈니스의 창출기회로 보는 등 시각을 바꾸어야 한다.
사실 그동안 우리 기업의 환경투자는 정부규제 회피용의 소극적인 것이었다. 상공자원부에 따르면 우리 민간기업의 총설비투자중 환경설비투자비중은 90년 기준 1.6%여서 OECD 국가들의 5∼10%에 비해 매우 낮다.
산업연구원 김준한박사는 『국내 환경설비시장 규모가 2000년에는 5조원으로 확대될 뿐아니라 세계시장도 2000년에는 3천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부지런히 기술개발을 해 환경산업을 수출사업화해 나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은행 김인철 기술역도 『소극적인 환경투자는 원가 상승요인이지만 청정기술 등을 활용한 적극적인 투자는 공정개선·원가절감의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측면에서 인식을 바꿔야한다』고 말한다. 「환경경영」의 개념도입도 절실하다. 이는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지난해부터 연구하고 있는,ISO 18000으로 불리는 국제환경 인중 및 환경표준화 작업에 대응키위한 것이다. 공업진흥청에 따르면 국제표준화기구는 96년이후 시행 목표로 각국 기업의 환경경영시스팀 전반을 감사해 인증을 주는 제도도입을 검토중이다.
ISO 18000은 제품의 설계·생산·유통·폐기의 전과정과 회사의 환경경영 상태를 점검해 인증을 주며 여기에 합격하지 못하면 수출길이 막힐 수 있다. 기업의 상하 조직전체가 환경경영을 겨냥해 재편되어야 하는 것이다. 에너지절약형 산업구조로의 전환도 요청된다. 정부와 업계는 정밀기기·지식산업·유전공학·조립금속·기계·전자·수송장비 등 에너지 저소비업종 쪽으로 산업구조를 바꿔나가야 한다.
또한 환경설비산업이 첨단기술산업으로 지정되어 있지 않아 설비수입에서 80%의 관세감면을 받지못하는 등 부실한 정부의 지원책도 시급히 보강되어야 한다. 환경설비업체인 금성전선 전병열상무는 『환경설비에 대한 기술개발,환경설비제조업체의 시설물에 대한 지원이 전혀 없는 현재의 상황을 개선하는 등 환경산업에 대한 금융·세제지원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김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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