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핵협상에 일 언론들 “불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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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일반사찰만 합의… 북측에 말려들었다”/핵의혹 여전… NPT 복귀도 진전 없어
일본은 미국이 북한에 대한 특별핵사찰을 보류한채 일반 사찰에만 합의한데 대해 상당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일 외무성 고위소식통은 6일 북한이 일반핵사찰에 동의한 것과 관련,『높이 평가한다고는 말할 수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으며 일본 언론들도 일제히 회담결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아사히(조일)신문은 이날 「핵의혹이 해소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으며,니혼게이자이(일본경제) 신문도 「미국이 대립을 회피하기 위해 양보했으며 사실상 북한의 승리」 「남북대화 진전 어려울 듯」 등으로 미국의 핵협상 결과에 낮은 점수를 매겼다.
언론들은 또 북한 핵문제는 2월에 열릴 북한­미 차관급회담과 북한­국제원자력기구(IAEA) 협의로 초점이 옮겨지게 됐으며 북한은 특별사찰을 무기로 또 다른 요구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있다.
남북대화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정부로서는 이번 북­미간 합의로 당분간 대북한 제재 등 강경한 선택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일단 안도하고 있으나 합의내용에 대해서는 『북한이 IAEA와 협의하기로 한 지난해 7월의 북한·미 제2라운드 협상 수준으로 되돌아간데 지나지 않는다. 핵의혹 해소와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라는 점에서 아무런 진전도 없다』고 혹평하고 있다.(일 외무성 고위관리)
일본이 이처럼 북의 핵문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것은 북한 핵이 일본에 현실적으로 위협이 된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6일밤까지 미국과의 합의결과에 대해 아무런 논평도 발표하지 않았으나 만족한 결과로 생각하고 있음에 틀림없다는 것이 일본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북한은 특별사찰을 회피하고서도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차관회의 개최와 팀스피리트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이라는 과실을 얻어냈다는 평가다.
미국은 NPT 탈퇴선언이라는 북한의 술책에 말려들어 지난해 6월부터 국교정상화를 노리는 북한에 양보를 거듭해왔다.
미국의 대북한 정책이 확고부동하지 못한 원인도 있지만 한국·중국·일본 등이 모두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에 난색을 표시한 점도 크게 작용했다.
이번 합의에서 북한은 핵카드의 위력을 실감,점점 더 자신감을 가질 것임에 틀림없다.
사회주의 붕괴와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은 시간이 갈수록 미국과의 회담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인데도 불구하고 핵카드로 인해 북한은 이를 반전시켰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분석했다.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이 북한과의 군사적 긴장관계는 피하자는 생각에서 서둘러 핵사찰 문제에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은 대북한 경제제재로 유발될 수 있는 북한의 돌발적 행동을 피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일단 한숨을 돌리고 있으나 남북대화 진전 불투명,북한과 미국·일본의 접근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일본은 보고있다.<동경=이석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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