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벌써부터 선거타령인가(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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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초부터 웬일인지 내년 중반에 있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얘기가 불쑥불쑥 나오고 있다. 지난 연말 개각과 시장·지사 인사에서부터 95년 선거에 대비한 흔적이 느껴진데 이어 새해 시무식 첫날부터 단체장선거와 관련한 서울시 행정구역개편·대규모 시장·군수 인사설 등이 꼬리를 물고 있다.
우리는 도대체 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이런 선거얘기가 자꾸 나오는지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고,결과적으로 조기 선거분위기가 조성돼도 괜찮은지 묻고 싶다.
작년말 우루과이라운드 타결이후 우리는 일종의 위기감마저 느끼면서 무한경제전쟁속의 생존전략에 머리를 짜고 있다. 정부고 민간이고 할 것 없이 국가경쟁력 강화와 국제화·개방화만이 우리가 살 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통령도 신년사를 통해 개방화에 국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아닌게 아니라 지금 우리는 경쟁력 강화·국제화 추진·농촌대책 등 절박한 일이 태산같고 관심을 분산할 여력이 없는 상태다. 그럼에도 정초부터 선거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으니 이러고도 국력집중이 되겠는가.
우리는 누구보다 앞장서서 경쟁력 강화의 분위기를 조성하고,국력을 모아나가야 할 정부·여당에서 오히려 선거관련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는데 대해 석연찮은 느낌이다. 정치인 출신들을 지방장관에 배치하고 느닷없이 서울시 분할론을 띄웠으니 선거대비용이란 의심을 불러일으킬만도 한 것이다. 그리고 정부·여당이 이미 단체장선거의 사전준비작업에 들어갔느니,그 일환으로 올봄에 대규모 시장·군수 인사를 한다느니 하는 말이 나오고 있으니 야당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선거와 관련된 이런 몇가지 현상에 대해 첫째,조기선거분위기 조성이 국익에 전혀 도움이 안되며 둘째,그것이 정부·여당에도 도움이 안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앞서도 말한 것처럼 지금은 개방에 대처하는 국가전략에 총력을 기울일 때다. 김 정부로서도 남은 임기중 선거가 없는 유일한 해인 금년에는 경쟁력 강화,개혁의 제도화 등 「일」에 전념하는 것이 옳다.
그리고 정부의 힘을 배경으로 선거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자는 의도가 혹시라도 정부·여당에 있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서울시 분할론 같은 것은 원론적으로 상당한 타당성이 있더라도 선거에 대비한 정치적 저의에서 나온 것으로 비쳐지면 그것만으로 여당은 선거불리를 안게 됨을 알아야 할 것이다. 다행히 그런 방침이 없다는 책임있는 해명이 나왔으니 망정이지 공정치 않다는 인상을 주는 선거에서 우리 유권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는 지난 선거사가 말해주고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지금 조기 선거분위기 조성은 안될 일이며,정부·여당은 오해를 사는 일이 없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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