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부 "韓.美 관계 유지.강화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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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의 갑작스러운 경질에 대한 미국 행정부의 반응은 일단 조심스럽다.

국무부 리처드 바우처 대변인은 15일 논평을 요구받자 "북핵 사태를 해결하려는 한.미 관계의 편에선 그의 노력, 그 밖의 다른 공통 관심사에 대해 우리와 함께 일했던 尹장관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한.미 관계가 유지되고 강화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노무현 대통령이 연두 기자회견에서 한.미 공조를 높게 평가하고 한.미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음을 주목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국무부 관계자는 "사실 김대중 정부 때 한.미 관계가 더 불편했다"며 "이런저런 얘기를 종합하면 어떤 이유로 尹장관이 경질되는 건지 진짜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의 설명을 감안하면 한.미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편하기 위해 尹장관을 경질했다는 일부 보도를 전적으로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헤리티지 재단의 발비나 황 연구원은 "盧대통령이 말로는 항상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미국에 와서도 그런 것처럼 행동했었다"면서 "하지만 그의 정책은 그의 말과 달랐고, 그 때문에 미국 정부는 盧대통령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어느 정부나 부처 간의 갈등은 있게 마련이지만 尹장관의 전격 경질은 盧대통령이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준다"고 지적했다.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그나마 부시 행정부 인사들과 대화가 됐던 尹장관이 경질됨으로써 한.미 관계가 상처를 입지 않을까 우려한다"면서 "누가 尹장관의 후임이 되느냐에 따라 앞으로 한.미 관계가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양국의 기본적인 이해 때문에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언론도 尹장관의 경질에 대해 적지않은 관심을 표시했다.

뉴욕 타임스는 15일 "盧대통령은 미군의 주둔이 통일을 방해한다고 생각하는 진보적인 젊은층의 지지로 당선됐다"고 상기시키면서 "尹장관의 경질은 미국으로부터 독자적인 외교를 하겠다는 盧대통령이 승리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고 보도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한국 외교부 내에서 盧대통령의 대미정책에 대한 불만이 제기됐었다"고 자세한 내용을 소개했다.

주미 한국대사관은 조금 뒤숭숭해 했다. 한 관계자는 "월말에는 청와대.감사원.국무조정실.외교부의 합동감사반이 온다고 하더라"면서 "이래저래 모두 입조심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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