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족보 살리기'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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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1949년 사회주의 '새 중국'이 들어선 이후 지하로 숨어들었던 중국 내 족보가 다시 햇빛을 보기 시작했다. 60년대 문화혁명 당시 '봉건적 잔재'로까지 매도됐던 '혈연 중심의 전통'이 경제성장과 함께 급속히 되살아난 덕분이다.

요즘 중국 언론들은 연일 역사적 인물의 족보 발견 소식을 전하고 있다. 명대(明代)의 문장가인 탕현조(湯顯祖)의 족보가 발견돼 후손들에 의해 산뜻하게 꾸며졌다는 소식이 15일자 베이징(北京)의 주요 일간지에 실렸다.

맹자(孟子)의 76대 후손에 의해 2002년 12월 랴오닝(遼寧)에서 '맹씨가보(孟氏家譜)'가 발견됐다는 소식도 뒤늦게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다. 이 맹씨 족보에는 산둥(山東)성 쩌우(鄒)현에 보관돼온 맹자 생존 당시의 고향 그림을 비롯해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의 일화를 낳았던 맹자 모친의 행적, 맹자의 모습 등에 관한 기록을 담고 있어 학술적으로도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공자(孔子) 사후 여섯번째 이뤄진 孔씨 족보 정리작업도 지난해 12월 끝났다. 공자 후손들은 중국과 해외에 모두 4백만명이 흩어져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말(明末).청초(淸初)에 활동했던 대학자 고염무(顧炎武)의 족보도 새로 정리됐다. 삼국시대 직후인 동진(東晉)시대의 천재 화가 고개지(顧愷之)가 그의 직계 조상이고, 시조가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주인공인 월왕(越王) 구천(句踐)이라는 사실도 확인됐다.

중국의 한 인문학자는 "이는 전통의 계승이라는 긍정적인 측면과 종족(宗族) 중심의 질서 재편으로 사회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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