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침하는 두 실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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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2·21 개각에서 김영삼대통령의 핵심측근 최형우·김덕룡 양인의 명암이 엇갈려 화제다. 자녀문제로 민자당 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난뒤 방황하던 최 의원이 내무장관으로 화려하게 복권된데 반해,당정 가교역할을 하며 문민개혁에 중책을 맡아온 김 정무1장관은 백의종군하게 됐다. 특히 두사람의 부침은 권력내부의 질서변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비춰져 관심을 끈다.
◎부러진 날개 다시 단/최형우 내무/개혁선봉 탈락후 인고의 세월 끝내 극복/전정권때의 노 내무 발탁과 비교할만
○…최형우 내무장관은 21일 TV를 통해 개각발표를 들으면서 만감어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 대통령의 측근중 측근인 그는 그러나 김 대통령체제에서 가장 많은 곡절을 겪은 사람중의 하나다. 그는 「김영삼시대」가 출범하면서 정치실세로서 매우 산뜻하게 출발했다.
박준규 국회의장,김재순 전 국회의장,유학성·김문기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몰고온 제1차 의원 재산공개와 민자당 사무처 요원 절반감축은 바로 그의 작품이다. 그는 3당 합당후 당내 대권경쟁 때 김 대통령에게 비우호적인 인사들을 여러수단으로 포섭하던 그 특유의 뚝심과 저돌성으로 이같은 어려운 일을 해냈다. 그는 그러나 총장직을 맡은지 불과 40여일만에 아들의 부정입학 문제로 큰 시련을 겪게 되고 결국 개혁의 선봉대열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그는 동해안(속초)에서 고향(울산)에서 얼마간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만 했다.
지난 여름 중국방문을 계기로 그는 조금씩 재기를 위해 몸을 가다듬었다. 또 「사건」도 일으켰다. 강연회 등을 통해 자기의 존재를 다시 알리기 시작했다. 그는 언론이 관심을 가질 즈음 이른바 「대표 자격론」을 넌지시 내놓았다. 이로인해 그는 김종필대표를 비롯,민정·공화계로부터 상당한 견제를 받았다. 청와대로부터도 주의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기어코 재기에 성공했다. 물론 공무원의 「복지부동」을 혁파하고 자치단체장 선거에 대비하려는 김 대통령이 그를 복권시킨 것이지만 이렇듯 그 스스로 역경을 헤쳐온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최 장관의 발탁은 전두환정권의 노태우 내무장관 기용과 비교할만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조직이 방대한 만큼 다스리기 어려운데다 사건사고로 「바람 잘날 없는」 내무부를 맡아 당시 상당히 부담스러워 했다. 그러나 최 장관은 기쁘게 그것을 맡고 있어 내무행정에서 어느 정도의 역량을 발휘할지 주목된다.<이상일기자>
◎따돌림 당하는 걸까/김덕룡 전 정무/차기 대권준비 소문관련 대통령 경고설/“일시적 근신” “회복불가” 엇갈린 관측
○…새정부 실세 김덕룡 정무1장관의 뜻밖 경질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그는 곧 있을 당직개편에서도 제외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그럴 경우 그의 1선에서의 후퇴가 갖는 정치적 의미가 무엇인지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 전 장관은 김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30년 가까이 보필해와 「YS의 분신」 「그림자」로 불릴 정도의 핵심측근중 핵심으로 꼽혀왔다. 김 대통령의 심중을 누구보다도 잘 헤아린다는 평을 들어왔으며 그에 대한 대통령의 신임도 매우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의 퇴진과 관련,정가엔 그가 김 대통령으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경고성 질책을 받아온 결과라는 등 소문이 무성하다. 김 대통령의 사조직 해체령에도 불구하고 그는 형식적으로만 폐쇄한채 계속 관리해왔으며 그로 인한 잡음 때문에 대통령의 심기를 자극했다는 후문이다. 차기 대권을 준비한다는 등의 소문도 그에게 불리하게 작용했음직하다. 때를 같이해 민주계 최형우·서석재씨 등과의 내부 불화설도 나돌았다. 그러던 차 파라과이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8월 그는 파라과이 대통령취임식에 대통령 특사자격으로 참석하는 길에 사업하는 친구를 대동했는데 그 친구가 심장마비로 현지에서 사망한 것. 김 전 장관은 일정을 앞당겨 귀국했고 대통령으로부터 호된 꾸지람을 들었다고 한다.
그의 향후 위상에 대한 관측은 민주계 내부에서도 엇갈린다. 일단 김 대통령의 눈밖에 났기 때문에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있는 반면 그에 대한 대통령의 질책은 일시적 「근신」 조치에 불과하다고 보는 견해도 많다.
후자에 따르면 그는 여전히 포스트 YS의 가장 유망한 후보라는 것이다. 아울러 95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서울시장에 출마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도 나오는 등 당분간 그의 거취와 위상에 대한 얘기가 무성할 것 같다.<김기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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