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체제>5.EC,정치결속에 경제실익 짭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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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유럽동맹(EU)은 우루과이 라운드(UR)에서 가장 큰 수확을거둬 올렸다.
막판까지 간 美國과의 끈질긴 힘겨루기에서 블레어 하우스 농업협정의 수정과 문화상품의 예외를 관철시키고 세계무역기구(WTO)설치에 대한 동의를 끌어냄으로써 경제적 실리를 거의 완벽하게성취했다.
경기침체와 내부 분열등으로 표류하던 EU는 지난달 1일 출범한 마스트리히트조약(유럽동맹조약)체제에 대한 첫 시험대로서의 UR를 성공적으로 통과,「하나의 유럽」을 향해 순항하는 정치적결속을 다지게 됐다.
우선 경제적 측면에서 나타난 손익계산서는 EU에 엄청난 흑자를 예고하고 있다.
세계은행과 OECD(경제개발협력기구)에 따르면 UR타결로 서비스분야를 제외하고도 관세인하로 인한 세계무역의 촉진효과는 금세기말 2천억달러 이상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중 OECD 24개 회원국들은 공산품에서 3분의 2정도를 점유하고 서비스분야는 거의 전부를 독식할 것으로 전망한다.
회원국중 11개국이 OECD에 참가하고 있는 EU는 2천억달러의 세계교역량 확대분중 40%에 해당하는 8백억달러를 챙겨 최대 수혜자가 되는 셈이다.
이 확대분은 주로 농업분야의 시장 접근 완화에 따른 것으로 농업과 식료품산업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는 EU는 두드러진 호황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EU는 공산품과 서비스분야에서도▲철강.화학.의약품등의 대폭적인 관세인하▲섬유.식품등에 대한 지적 소유권 인정▲은행.보험회사의 해외영업확대등 주력산업에서 UR타결로 덕을 톡톡히 보게 됐다. 제도분야 협상에서 WTO와 反덤핑을 성사시킨 것은 미국의 독주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올해초 프랑스등 외국의 철강제품에 대한 미국의 반덤핑 판정에서 보듯 EU는 그동안 미국의 자의적 해석과 결론에 대항할 힘이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WTO의 창설은 무역분쟁시 미국을 국제중재기구아래 둠으로써 EU와 동등한 반열에 서게하는데 성공했다는 것을의미한다.
정치적 측면에서도 UR타결은 EU에 침체의 늪을 벗어날 수있는 도약의 발판과 함께 통합 유럽을 위한 전환점을 제공했다.EU는 지난 18개월동안 최대의 시련에 직면해 왔다.
독일.英國.덴마크.네덜란드등 자유무역을 선호하는 국가들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스페인.포르투갈.그리스등 보호주의쪽에 기울어진농업국가들은 UR협상과정에서 양편으로 갈라지는 최악의 상태로 치달았다.
지난 15일의 UR타결 시한을 맞추지 못했을 경우 EU의 양측 구심력인 프랑스.독일은 결별을 선언하고 나머지도 뿔뿔이 찢어지면서 통합유럽의 꿈은 무산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EU는 이제 협상과정에서 다져진 결집력을 WTO란 경제도약대에 연결시켜야 하는 과제만 남겨놓게 됐다.
[파리=高大勳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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