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수입 사기사건 갈수록 미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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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생산중단 포탄계약/2년간이나 은폐/누구까지 알았나/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계약사 신뢰성 조사없이 “모른다”/실무선 2명만 책임 추궁할 태세
국방부 무기수입 사기사건은 수사가 본격화되고 있으나 풀리지 않는 의문들이 너무나 많이 제기되고 있다.
생산되지도 않는 포탄을 구입키로 한 무기도입 결정에서부터 무기가 도착하지 않았음에도 확인않은 것은 물론 문제가 불거진 후에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관계자들이 이를 문제로 보지 않거나 묵살한 흔적이 여기저기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7차례 계약경신
이같은 국방관계자들의 자세는 그동안 국민세금의 25%를 국방부가 사용하면서도 이같은 부조리나 부정에 둔감해 있다는 증거이거나 뭔가 밝힐 수 없는 사정이 존재했음을 시사해준다.
권영해장관이 엄격한 수사를 천명한 19일 기자회견도 『처음부터 사건을 사기로 생각하지 않았고,관련자들이 공모한 것으로 보지 않았다』고 말함으로써 국방관계자들의 이같은 분위기를 뒷받침해준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문제점들을 정리해본다.
▲1차 사기의 대상이 된 90㎜ 포탄도입 계약 의문이다.
국제적으로 생산중단된 탄약을 도입키로한 전력증강위원회의 결정은 군이 국제무기시장에 전혀 지식이 없음을 드러낸 것이다.
국방부는 한국군이 포탄을 사용할 장비를 갖고 있어 이 포탄의 도입이 불가피하지만 생산지인 미국의 회사가 이를 포기했다.
국방부는 그후 FEC사와 이 포탄의 수입을 계약한 뒤 88년 12월13일 상업은행에 신용장을 개설했으나 선적이 늦어지는 이유로 7차례나 계약을 경신해 주었다.
그러나 이런 정도면 계약사의 신뢰성을 조사하고 계약을 새로 하든가 다른 방식의 조달을 생각해야 했다는 지적이다.
이 결정에는 상급자들이 관여했어야 했음에도 상급자들은 한결같이 『모른다』는 입장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실무자들이 문제점을 은폐했거나 상급자들의 직무태만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다음은 선하증권과 신용장의 차이부분이다.
웬만한 실력을 갖춘 무역업자라면 알 수 있는 하자를 묵살하고 돈이 지불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국방부는 『서류상 하자가 있으면 은행측으로부터 공문이 오는데 이번 3건의 사기사건 모두 전화로만 문의했다』고 주장한다.
이는 은행주장과는 다른 것으로 사건후 군수사기관은 이 부분 조사를 소홀히 했다.
책임자인 이명구씨는 미국유학중 대금지급을 양영화씨에게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 처음부터 외환은행과 FEC사 후안 장 르네,군수본부 실무자들의 결탁가능성은 무시되었다.
▲또 1차 사기가 성공한 후 2년동안 은폐될 수 있었느냐는 의문이다.
당사자들은 업무가 많았고 13억원에 이르는 「소소한 거래액」이었으며 도착지연을 독촉하면 상대방이 『배가 풍랑을 만났다』는 등의 해명을 해 걱정은 했지만 문제삼지 않았다고 말한다.
○적어도 두번 기회
지나친 도착지연에도 군수본부측이 문제를 삼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제의 90㎜ 포탄을 신청한 육군 군수사령부측에서 수차례에 걸쳐 물건을 독촉했고 군수본부도 1년에 한번씩 결산하게 되어 있어 적어도 91,92년말 두번의 점검기회가 있었다.
더구나 군수본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92년부터 외자2과의 탄약 도착지연이 군수본부내 실무자들에게는 거의 다 알려져 있어 본부장의 귀에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또 탄약이 율곡사업 감사대상이었음에도 실무자들의 적극적인 「은폐시도」로 밝혀지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고위층의 판단부분이다.
권 장관은 사기사건 1보를 7월28일 법무관리관으로부터 듣고 이어 8월6일 군수본부장으로부터 문제 전반을 보고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군수본부 실무자들의 말에 따르면 92년에 이미 이 건이 내부적으로 문제가 되었고 은행가에서도 소문이 파다했다.
○은행에 책임미뤄
따라서 권 장관이 판단할 때는 이 사건의 본질이 「범죄」라는데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으며 그렇지 않을 경우 그같은 정보파악을 못한 기무사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어야 했음에도 전혀 언급이 없다.
군수사당국이 지난 6월부터 조사했으면서도 은행측에 책임을 미루었고 사건이 공개된 후에도 본격수사가 고위층의 지시와 권 장관의 기자회견을 통해 엄격수사가 발표된 후에야 시작된 점 등은 군에 의한 자체 수사가 그동안 방향을 잡지 못해왔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같은 의문점들은 이번 무기수입 사기사건에 뭔가 군이 밝힐 수 없는 부분이 있음을 강력히 시사해 주고 있다.<안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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