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부처협조 아쉬운 통상외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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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5일(현지시간)제네바에서 막을 내린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은韓國 통상외교의 현주소를 가늠해보는 좋은 계기가 됐다.
그동안 兩者 및 多者협상은 많았지만 이번처럼 전세계 1백16개국이 참가,국익을 위해 각축전을 폈던 적은 일찍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협상에서 경제부처.외무부 실무차관보들로 구성된 한국 협상대표팀은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대처를 통해 쌀시장등 거의모든 분야에서 적잖은 성과를 거뒀다.
특히 金泳三대통령이 빌 클린턴 美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쌀시장 보호에 협조를 구하고 韓昇洲외무장관도 여러 채널을 통해 외교노력을 한것은 통상외교의「새로운 시도」로 높이 평가할만하다.
그러나 이번 협상 과정에서 드러난 통상외교의 문제점을 직시,앞으로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될 통상외교에 임하는 자세를 가다듬는 일이야말로 시급한 과제다.
이런 점에서 며칠전 韓美협상때 美國측이 보였던 태도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美國 협상팀중 한명은 협상이 자기들이 의도하는대로 풀려나가지않자 협상 테이블을 주먹으로 꽝꽝 치면서『당신 장관에게 협조가잘안된다고 연락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는 후문이다.
물론 이같은 일을 돌발적인 해프닝쯤으로 치부해버릴수도 있으나만약 韓國이 과연 이같은 일을 벌였다면 美國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美國은 韓國의 고위층에 얘기하면 모든것이 잘 풀려나간다는 비뚤어진(?)선입관을 갖고 있다는 얘기인데,이는 앞으로 우리 스스로 내부 의사결정 과정을 어떻게 정비해야하는지 음미해보게 한다. 美國은 통상현안이 생겨 협상 주무부처가 국무부에 협조를 부탁하면 국무부가 상대국 외무부에 은근히 압력을 가하기도 하는등 전 부처가 혼연일체가 되는데 통상외교를 강조하는 우리 외무부도 이제 어떻게 하면 협상팀의 입지를 도와줄 것인 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외교관들이 이처럼 통상외교의 첨병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관련 전문지식을 키우는 일이 시급한 것은 물론이다.
한편『말도 할줄 모르면서 협상은 무슨 협상…』이라고 비웃는 외무부도 문제지만 『너희들이 경제를 무얼 알아』하면서 외무부를폄하하는 경제부처도 거듭나야 한다는 지적이 이번 협상에서도 어김없이 나왔다.장장 7년간 끌어온 UR협상은 부 처 이기주의 벽을 허물고 관련 부처가 통상외교 강화방안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중요한 과제를 하나 남긴 셈이다.
〈제네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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