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용사양의 미덕(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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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고대 중국의 대표적 병서인 『육도삼략』에서 태공망은 인재등용의 안목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인재를 등용한다고 하면서 진짜 인재를 고르지 않기 때문에 나라가 혼란해지고 위태롭게 되는 경우가 많음을 지적하면서 등용해서는 안될 타입을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다.
그 첫째는 지혜도 없고 계책도 없는 주제에 세상사를 모두 아는 것처럼 함부로 큰소리 치는 사람을 경계하라는 것이다. 이어서 세상의 평판과는 달리 실력이 없는데다 변덕이 심하고 자신의 출세만을 생각하는 사람,겉으로는 욕심이 없는체 하면서 실제로는 자기의 명예나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람,말은 번지르르하면서도 행동은 못하고 남을 비방하기 좋아하는 사람 확고한 식견이 없이 부화뇌동하는 사람따위를 꼽고 있다.
현자는 등용하고 유능한 인물에게 일을 맡기라는 얘기인데 말은 그럴듯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여기에서 인재를 고르는 안목이 요구되는 것이다. 인재를 고르는 기준으로 대중적 평판에 의존하기가 쉽다. 그러나 태공망은 이것도 경계한다.
『사람들의 평판에 의해 인재를 등용하게 되면 패거리가 많은 자는 유리하게 되고 패거리가 적은 자는 불리하게 된다. 결국 간사한 무리들이 한패가 되어 유능한 인물의 등용을 방해하게 된다.』
덕망과 지략이 인물평가의 척도였던 고대사회의 가치기준이 복잡다기한 현대 산업사회에서 그대로 통용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덕망이란 여러사람의 창의력과 지혜를 동원할 수 있는 포용력이며,지략이란 특정분야의 전문적 지식과 경륜의 의미로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역시 진리가 아닐 수 없다.
김영삼정부가 집권 제2기를 담당할 대폭적인 개각을 준비중이다. 청와대 비서실과 여당 요직도 개편하리라는 소문이다.
종전과는 달리 여론은 예상되는 인물들조차 선뜻 떠올리지 못하는 것 같다. 다만 조각발표 불과 며칠후에 부분개각을 해야만 했던 전철은 반복되지 말았으면 하는 심정이랄까. 분수를 넘는 중책을 맡았다가 망신만 당할 것이라고 생각되거나 흠결이 있는 사람들은 공연히 2중으로 망신당하는 일이 없도록 스스로 사양하는 미덕쯤은 발휘해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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