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있는고향>후박차-유게놀 함유 심신안정에 효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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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고등학교때부터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전화한 친구의 말인즉,내일 딸아이가 고등학교시험을 치른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생각해 보니 추운 겨울에 고입.대입에 입사시험까지 이래 저래 불안하고 신경쓰이는 사람들이 많겠구나 싶다.어디 그뿐이랴.사내 승진시험은 물론 운전면허시험에 이르기까지 인생 자체가 사뭇 시험의 연속인 것을.이처럼 시험과 결부되어 가중된 정신적 피로.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마실만한 차로 후박차(厚朴茶)가 단연 으뜸이다.시험보기 전날,혹은 당일 아침에 마시면 상당히 마음이 안정 될 것이다.
고궁의 우아함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종묘(宗廟)에 들어서면어른 손바닥 만큼 넓은 잎새의 키 큰 후박나무가 제일 먼저 눈에 띈다.이 후박나무의 껍질을 벗겨 약재로 쓰는데 그 생김새는계피와 흡사하다.
산지는 주로 섬지역으로 울릉도나 제주도에서 많이 볼 수 있다.다도해상의 섬 일대에도 분포하는데 해변에 가까운 저지대에서 자란다.그래서 유행가 가사에서도 울릉도의 특산품으로「둘이 먹다하나가 죽어도 모르는 호박엿」이 등장했는지 모른 다.흔히 호박엿으로 알고 있는 후박엿은 후박나무 껍질을 우린 물을 이용해 엿을 고아 만든다.
후박은 수피의 특징적인 빛깔과 생김새로 인해 적박(赤朴).열박(烈朴).천박(川朴).중피(重皮)등의 다른 이름을 갖고 있으며,당후박(唐厚朴)이라 불리기도 한다.
그 기미는 따뜻하고 쓰면서 맵다.가급적 20년생 이상의 후박나무의 수피를 하지(夏至)전에 채취하여 음지에 말려 사용한다.
거친 껍질은 버리고 잘게 썰어 보관해두었다가 차로 달여 마시도록 한다.유게놀(Eugenol)성분이 함유되어 있 어 건위.소화.정장.거담.소염.하기(下氣).이수(利水)의 효능외에 속을 데워주는 온중(溫中)작용을 하므로,한방에서는 소화불량.구토.해수.설사.복통등을 다스리는 약재로 사용되고 있다.전문가의 의견에 따르면 주로 수실인(水實人),즉 소 음인(小陰人)에게 맞는약재인 후박은 통기(通氣)의 효능이 있어 차로 달여 마시면 기분이 명랑해지고 머리가 맑아진다고 한다.
먹어서 속이 더부룩하며 답답한 신경성 소화불량에도 유익하다.
그러나 너무 진하게 마시거나 많이 복용하면 속이 메스껍고 잠이잘 안오는 수가 있다.무엇이고 지나쳐서 좋은 것은 없다.생강.
대추.설탕을 함께 넣고 달여 마시면 훨씬 맛이 좋다.
시험을 목전에 둔 수험생들의 심신안정을 위해 어머니품처럼 따뜻한 후박차를 적극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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