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장관 어떻게 되나” 술렁술렁/총리경질을 보는 각부처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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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몇명이나 바뀔까” 후임에 촉각/“쌀문제라면 정치권에 더 책임” 불만도/경제부처/잦은 실수·자질론… 경질설 우세/환경·보사/별 대과없어 유임쪽으로 기울어/노동·교육
황인성 국무총리에 대한 전격적인 사표수리가 있은 16일 정·관가는 후임이 누구며 개각폭이 어느 정도 될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운채 일손을 놓고 하루종일 술렁댔다. 특히 후임인선 발표가 늦어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증을 나타냈으며,민자당측은 개각과 함께 당직개편도 단행되는게 아닌가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아울러 김영삼대통령이 최근 당정개편은 없다고 몇차례나 강조한 사실을 상기하며 『보안도 중요하고 부득이한 사정이 있었겠지만 대통령의 잦은 말바꿈은 문제가 있다』는 비판론도 무성했다.
◇경제부처◇
○…총리 사표수리 소식이 전해지자 가장 민감하게 팽팽한 긴장이 돌기 시작한 곳은 과천의 경제부처들.
총리의 사임에 이은 이번 개각은 당연히 「UR 개각」의 성격을 띨 것이고,이는 그간 『연내 개각은 없다』고 거듭 강조해왔던 김 대통령이 그간의 누적된 여러문제들을 UR에 얹어 「총정리」하는 셈이 되므로 특히 「쌀문제」로 말할 수 없는 곤욕을 치른 정치적 부담이 고스란히 경제팀에 「증폭」되어 반영될 것이라는 관측 때문.
○…경제부처를 「태풍의 눈」으로 하여 갑자기 닥친 격인 이번 개각을 앞두고 특히 경제계 「물밑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것은 그간 부분개각이나 한은 총재의 경질 등 인사의 「고비 고비」마다 실질적인 「조언」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해온 것으로 알려진 인물들의 동태와 그 주변.
경제계 깊숙한 곳에서는 그간 대통령과의 흔치 않은 「독대」를 가져온 것으로 알려진 기업인 S씨,증권계 인사 J씨,대기업 그룹의 경영자인 K씨 등이 「뜻 있는 이」들의 「관리대상」이 되어왔다.
이밖에 대선 기간중 김영삼후보의 1급 참모였던 J씨와의 과거 연분이 있는 모인사도 경제계 인사에 「의견」을 가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 경제부처의 장·차관들은 15일 오후와 16일 오전에도 국회를 통과한 각 부처 소관 법안의 시행령 협의 등을 위해 마라톤 회의를 하는 등 분주하게 돌아가다가 16일 갑자기 개각 소식을 전해듣고 잠시 일이 손에 안잡히는 표정들이었다.
○독대인물에 촉각
각 경제부처의 실무자들도 대부분 이번 개각에서 특히 경제부처에 대폭의 인사바람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하고 그간 끊임없이 「나왔다간 들어가곤」하던 경제부처의 개각 하마평을 다시 다끄집어내 곱씹는 모습들.
경제부처 주변에서는 그간 「만일 개각이 있다면」 부총리에 대사출신의 H씨가 옮겨 앉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파다했는데,이밖에도 경제수석 교체설 등에 뒤섞여 이번 「쌀충격」의 「속죄양」이 누구 누구가 될 것이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속죄양」 부분과 관련해서는 그간 UR나 쌀뿐만 아니라 금융실명제를 놓고도 이경식부총리나 허신행 농림수산부 장관이 서로 경쟁이나 하듯 『내게 모든 책임이 있다』는 발언을 자주해 오던 터라 그 결과를 주목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이번 개각이 이 청와대 대변인의 발표대로 UR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새 경제팀」을 구성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이번 UR 협상,특히 쌀문제에 대한 「인책」의 성격이라면 이는 못내 「서운한 대접」이라는 것이 경제팀 핵심 라인들의 생각이다.
특히 쌀문제와 관련,최근 청와대 주변이나 민자당을 중심으로 『경제논리를 들어주다가 문제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쏟아진 것에 대해 경제팀에서는 말도 안된다며 내심 불만이 가득.
그간 쌀문제를 이야기도 꺼내지 못하게 한 것이 바로 「정치논리」 때문이었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정치인들 스스로가 잘 알 터인데 이제와서 UR가 경제문제라 하여 경제팀에 뒤집어 씌우려는 것은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소리라는 것이다.
○…경제팀 개편결과 새로운 팀 컬러가 어떻게 떠오르든 간에 새 경제팀이 그간의 「신경제」 기조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이냐에 이제 최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간 UR 협상 말고도 신경제의 기조에 대해서는 학계나 관계에서 조차 무성한 비판이 쏟아졌고 특히 실명제와 관련해서는 경제팀간의 불협화음까지 노출되었으므로 새 경제팀이 신경제의 기본골격에 어느 정도 손을 댈 수 있을까가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보사부◁
○…한약분쟁으로 곤욕을 치렀던 보사부 직원들은 총리해임 소식에 따라 송정숙장관의 유임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
일부 직원들은 어차피 대폭 개각이 되면 송 장관도 포함될 것으로 점치고 있으나 일부 직원들은 약사법 개정안이 이달 중순 국회 보사위에서 무난히 통과되고 여전히 분쟁의 가능성을 안고 있는 이 개정안을 내년부터 시행하기 위해서는 법안을 만든 장본인이 유임될 가능성도 크다고 분석.
▷노동부◁
○…이인제장관이 취임초 일으킨 「무노동 부분임금 파동」 등으로 교체될 소지는 있지만 유임이 거의 확실시된다는 판단이어서 노동부는 별로 동요치 않고 있는 분위기.
이는 이 장관이 최근 실·국장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개각과 관련,『내년 2월 이전에 경제각료를 중심으로 한 부분개각이 있을 것』이라고 개각을 전망하면서도 유임을 전제로 한 실국장급 14명에 대한 인사를 13일 단행했기 때문. 또 최근 국회 노동위에서 노동관계법 개정과 관련,『임기중 반드시 개정토록 하겠다』고 답변하는 등 자신이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 유임될 것을 전제로 인사와 정책결정 등을 해온 것이 유임의 근거라고 노동부 관리들은 설명.
▷교통부◁
○…정재석장관의 영전설과 유임설이 엇갈리는 반응.
교통부 직원들은 올들어 육·해·공에서 잇따라 발생한 대형사고에 따른 문책개각으로 10월 중순 임명된 정 장관이 수송력 증강 등 교통현안을 해결하는 적임자이고 장관을 맡은지 얼마되지 않은데다 내각에서의 비중을 고려,유임을 점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정 장관에 대한 대통령의 신임이 워낙 깊고 정 장관이 정부내에서 경험과 실력·소진을 두루 갖춘 인물로 소문나 부총리 이상의 직책에 중용되지 않을까 예상하는 의견도 있다.
정 장관은 황 총리의 사표수리가 발표된 뒤에도 당초 일정이 잡힌 한국관광공사 초도순시에 나서는 등 정상집무.
○0순위나 희망도
▷환경처◁
○…황산성 환경처장관은 「눈물파동」 「폭언파동」 등 취임이후 구설수가 잇따른데다 「자질론」까지 제기됐던 점을 의식,이번 개각대상에 포함되는 것 아니냐며 촉각을 곤두.
그러나 한 간부는 『일각에서 황 장관에 대해 자질부족론과 「개각 0순위」라는 추측이 끊임없이 대두됐으나,바로 이점에서 김 대통령의 의표를 찌르는 인사방식으로 보아 유임가능성이 큰 것 아니냐』고 점치기도.
한편 황경처 직원들은 『만일 황 장관이 개각대상에 포함된다면 그린라운드(GR)의 태풍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도 정치력보다는 환경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철학을 갖춘 인사가 부임해야 한다』면서 은근히 내부승진을 기대.
◇비경제부처◇
▷통일원◁
○…통일원은 황 총리 사표수리로 전면개각이 예상되자 그동안 여론에 자주 오르내렸던 한완상 부총리겸 통일원장관의 거취에 촉각.
통일원은 이 때문에 다소 술렁이는 분위기지만 직원들 사이에는 한 부총리가 경질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편. 한 당국자는 『한 부총리가 그동안 언론에 자주 오르내린 것은 사실이나 이는 일부 보수세력이 뒷다리를 잡은 때문인지 업무능력 때문은 아니지 않느냐』면서 유임을 예상.
그러나 다른 당국자는 『한 부총리가 그동안 보­혁 논리에 휘말려 일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면서 경질을 점치기도.
▷내무부◁
○…내무부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이해구장관 주재로 간부회의 도중 비서실로부터 『청와대에서 중요 발표가 있다고 한다』는 보고를 받고서야 총리경질 사실을 알았으나 큰 동요없이 초연한 분위기였으나 차차 경질성이 나돌자 사실여부를 알아보느라 부산.
이는 내무부가 UR 협상과는 거리가 먼 비경제부처인데다 이 장관이 취임후 민원 1회 방문처리제 실시 등 개혁에 앞장서는 등 그동안 대과가 없어 유임을 정했으나 경질설이 대두되자 의외라는 반응.
한 관계자는 『특히 이 장관은 의원직을 겸하고 있어 평소 소신대로 일을 해왔다』며 『회의도중에도 이 장관은 개각에 대한 언급없이 황 총리가 정치인 출신으로 거취를 분명히한 것만을 높이 평가했다』고 전언.
▷국방부◁
○…국방부는 최근 불거진 군수본부 무기수입 사기사건이 이번 개각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들.
○유임 내기 걸기도
권영해장관은 이날 오전 8시30분쯤 장관집무실에 출근,평소 일정대로 상황보고를 들은뒤 이수휴차관이하 관계관들을 참석시킨 가운데 한시간 정도 무기도입 사기사건에 관한 대응책을 숙의하는 등 담담한 표정.
국방부·합참의 일부 영관급 장교들 사이에서는 권 장관이 개각에 포함될지 여부를 놓고 내기를 거는 등 관심(?)을 나타내기도.
▷교통부◁
○…교육부 직원간에는 오병문장관이 교육계 최대현안이었던 전교조 문제를 해결한데다 부임후 지금까지 별다른 과오가 없었던 점으로 볼때 경질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대세.
상당수 간부·직원들은 『전임자시절 빚어진 대입부정 등의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시간을 빼앗기면서도 주요 현안들을 잡음없이 해결해 나갔다』며 다만 대통령의 교육개혁 선언후 9개월동안 획기적 개선이 가시화되지 않은 점 때문에 혹 개각 파도에 「덤」으로 휩쓸리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들.
◎“대폭 물갈이” 제2의 조각예상/민자/“당연한 인책”… 내각 총사퇴 요구/민주
▷민주당◁
○…총리 사표수리 소식이 알려지면서 민자당은 『총리경질은 제2의 조각』이라며 대폭 개각을 점치면서 입각가능성이 있는 면면을 꼽아보기에 분주.
개각불가피성을 주장했던 황명수 사무총장은 『저번에 미리 개각을 알아 얘기한 것은 아니다. 대통령이 워낙 인사문제에 대해서는 보안이 철저한 분이라 몰랐다』고 사전통보사실을 부인한뒤 『황 총리가 어려운 시기에 소임을 다해 수고 많았다』고 퇴임총리를 위로.
황 총장은 또 후임총리에 대해 『대통령이 알아서 잘 결정하실 문제』라고 언급을 회피하면서 『이제 새정부의 기초는 다져졌고 국내외 환경도 달라졌기에 새 환경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나와야 될 것』이라고 원론적인 차원만 되풀이.
그러나 황 총장은 당직개편 가능성에 대해서는 『당에서는 사표 안냈다』고 부인한뒤 『당직도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이지만 내각과 달리 당직은 자연스럽게 내년 5월 정기 전당대회에서 할 수도 있다. 그런 맥락에서 자연스럽게 하는 점을 고려해 이번에는 않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
한편 신경식 총재비서실장은 『어차피 개각이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었느냐』고 대폭 개각을 점친뒤 『과거 정부와 다른 문민정부임에도 불구하고 정치판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 여러 면에서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후임총리는 개혁시대에 맞춰 정치를 본 궤도에 올릴 수 있는 정치력이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주장.
신 실장은 또 경제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면서 『완전히 새로워진 대외무역환경 등에 대해 나름의 혜안과 소신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능력있는 사람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하다』며 「실무행정가」형을 대안으로 강조.
한편 이날 고위당직자 회의에서는 개각과 관련한 얘기는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평소 웃음을 잃지 않던 김종필대표가 언론에 공개된 회의 시작부문에서는 전혀 말이 없이 심각한 표정이어서 눈길. 이날 오전 11시로 예정됐던 청와대 주례회동이 오후 3시30분으로 연기돼 일부에서는 『개각 인선과정에서 김 대표가 소외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기도.
▷민주당◁
○…민주당은 청와대의 개각에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쌀시장 개방 파고에 대한 책임을 어떤 식으로건 져야 한다는 요구에는 일단 부응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부분개각이 아닌 내각 총사퇴를 인책수준으로 요구하고 김 대통령의 사과를 다시 한번 촉구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 회의가 끝난뒤 일부 최고위원들이 당사에 모여 개각내용에 촉각을 세웠다.
조세형 최고위원은 『개각은 당연하다. 만일 김 대통령이 내각을 개편하지 않는다면 범국민적인 요구를 버티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녹아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또 김 대통령이 당정개편을 않겠다고 한 발언을 뒤엎고 개각을 단행하는 것은 쌀개방에 따른 수세정국을 정면으로 돌파하려는 수순이라고 분석했다.
유준상 최고위원은 『전날 제출한 내각총사퇴 건의안을 대통령은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김 대통령이 개각을 통해 국면전환을 노리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황 총리를 비롯한 부분개각만으로 그치는 것은 미흡하며 그 이상의 인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원기 최고위원은 『개각을 하려면 내각 전체가 물러나야 한다』며 내각 총사퇴를 주장했다.
또 민주당은 김 대통령이 「쌀개방 대통령직 걸고 막겠다」에서 「쌀개방 국익에 도움된다」로 방향을 바꾼데 대해 모호한 국민담화가 아닌 명확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권노갑 최고위원은 『개각만으로는 부족하다. 입장을 바꾼 대통령이솔직하고 명백하게 사과하고 그에 상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갑자기 개각 발표가 있자 강도높게 정부를 비난하는 최고회의 결과를 발표하던 박지원대변인 등 당직자들은 『민주당의 요구가 받아들여졌다』고 반색하면서도 『이 나라는 대통령이 안하겠다고 하면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고 최근 김영삼대통령이 인터뷰 등을 통해 계속 연내 개각을 부인해온데 대해 비아냥.
박 대변인은 『쌀개방도 않겠다고 했다가 개방했고,날치기도 않겠다고 했다가 했는데 개각도 이틀전까지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날치기로 해치운다』고 지적하고,『마지막까지 퇴진시킬 황인성총리를 국회에 보내 그토록 모진 보고를 하게 한 것은 다시 한번 문민정부의 도덕성을 생각하게 하는 일로 황 총리에게 일말의 동정을 느낀다』고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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