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수입 53억 사기당했다/국방부 불 거래상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선적않고 돈만 챙겨 잠적/군수본부 관계자등 개입여부 수사
국방부 군수본부가 프랑스 무기거래상의 가짜 선하증권(B/L)에 속아 선적도 하지 않은 무기수입 대금으로 6백70만달러(한화 약 53억원)를 지불한 국제사기사건을 당한후 그 책임소재를 놓고 은행측과 공방을 벌이고 있다.<관계기사 23면>
이 사건은 특수물자라는 이유로 전문 무역지식이 없는 군이 무기수입을 직접 담당하는 잘못된 제도가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15일 국방부·외환은행에 따르면 국방부 군수본부는 90년 11월 광진교역을 통해 프랑스 무기 오퍼상인 에피코사와 1백5㎜ 포탄 등 6백70만달러어치의 탄약 수입계약을 체결,92년 12월 외환은행이 에피코사가 발행한 가짜 선하증권을 받고 외환은행·상업은행·주택은행 등 3개 은행의 파리지점을 통해 대금을 전액 지급했다.
그러나 무기도착을 기다리던 군수본부는 탄약이 선적도 안됐다는 사실을 올 6월 뒤늦게 알고 프랑스 주재 한국대사관 무관을 통해 에피코사를 찾았으나 소규모 오퍼상인 이 회사 대표는 이미 종적을 감췄다.
외환은행측은 당시 ▲선하증권이 반드시 찍혀야 할 국제운송주선인협회의 마크가 없었고 ▲선적항 등 일부 내용이 신용장(L/C)에 기재된 것과 다른 점을 발견,군수본부측에 『서류에 하자가 있다』며 대금지급 여부를 전화로 문의했으나 군수본부측이 『지급하라』고 말해 돈을 내주었다고 주장했다.
은행측은 군수본부가 그동안 이 회사와 무기거래를 해왔고 선하증권을 받고도 6개월동안 이를 확인하지 않은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군수본부측은 은행측에서 선하증권에 하자가 있다고 통보해온 적이 없고 진위를 확인할 책임이 1차적으로 은행측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군수사당국은 이번 국제사기사건에 국내 오퍼상이나 군수본부 관계자 등이 관련됐을 가능성을 수사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