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토탈미술관서 패션쇼 갖는 디자이너 홍미화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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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파리에서 패션쇼를 기획하면서 눈물이 나도록 행복한 기분을 느꼈습니다.이 기분을 그대로 쇼까지 연장시키고 싶었고,그래서 쇼시작 1시간 전부터 전체 출연자들과 함께 술을 마시기도 했어요.』 지난 7월 프랑스 파리의 방센 숲속에서 무대와 조명도 없이 반딧불과 촛불에 의존,패션쇼를 벌여 파리 패션계의 이목을집중시켰던 디자이너 洪美和씨(38).세계 패션계에서는 무서운 신세대로 주목받고 있으나 한국에선 무명에 가까운 그가 17일 오후2시.5시 서울평창동 토탈미술관에서 패션쇼를 열겠다고 선언,또한번 주목을 끌고 있다.
이번 쇼는 내년봄부터 출범하는「미화」라는 자신의 브랜드 이미지를 미리 알리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모델센터가 후원하는 이번쇼는 지난해 한국패션협회(회장 공석붕)주최로 열렸던 신인 디자이너 컬렉션에 이어 서울에서 열리는 그의 두번째 컬렉션.
『높은 무대,모델들을 혹사시키는 강한 조명,긴장감같은 것들을떠나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한마음이 될 수 있는 쇼를 하고 싶어요.』 「패션쇼는 개개의 인격체인 옷들의 축제」라고 생각하는 그는 긴장감이 감도는 기존의 장소를 탈피하고 싶어한다.이때문에 이번 미술관 패션쇼도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동원돼 미술관측을 설득하는등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이번 쇼는 지난「방센숲의 쇼」에 나왔던 작품들을 국내에 선보이려고 기획된 것.이 작품들은 쇼 이후 지난 11월 파리 컬렉션 기간 전시회에서도 호평속에 판매되기도 했다.
그는 이번 쇼를 기획하며 파리 전시장에 옷을 보내줄 것을 요청했으나 이미 저널리스트들이 모두 가져갔다며 보내줄 수 없다고거절당했다고 한다.
『저널리스트들에게 옷을 돌려달라고 했어요.그러자 거기의 제 스태프가 세계를 택할 것인가,한국을 택할 것인가 결정하라고 전문을 보내왔더군요.』그래서 그는『한국을 택하기 위해 세계를 택하기로 했다.옷은 포기한다』고 대답했다는 것.
그 덕분에 지금은 똑같은 옷을 다시 만드느라 밤을 새우며 미싱앞에 붙어 있단다.
『제 옷은 입을 대상을 미리 정하지 않아요.아주 편안하고 본능적으로 돌아가고 싶은 삶의 방법.미학을 표현하고,이에 공감하는 모든 사람이 입으면 되는 거지요.』 洪씨는 大邱 출신으로 일본문화복장학원을 졸업.동기생이었던 구치 히데쓰쿠씨( 37)와결혼,여섯살난 아들을 두고 있다.
〈梁善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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