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는 고급품소비 엇갈린 반응-과소비냐 생활수준 오른거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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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대형 가전제품과 승용차 구입이 늘고 있는 최근의 소비 동향을놓고 그것이 과연 과소비냐는 논란이 새삼 일고 있다.
실명제 이후「일단 쓰고 보자」는 식의 소비 심리가 퍼지고 있는 것이냐,아니면 생활 수준이 높아감에 따른 당연한 소비 행태의 변화냐는 것이 논란의 골자다.특히 일부 품목은 내년부터의 특소세 인상이 예고되어있어 값이 오르기 전에 미리 사두자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까지도 과소비로 몰아붙일 수가 있느냐는 일부 소비자들의 불만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경제기획원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해외 관광객,외제 승용차 판매대수,외제 가전제품 수입액,골프장 입장객수등이 늘고 있다.「국제화」를 하자면서도 여전히「과소비의 상징」으로 꼽히고 있는 해외여행은 司正바람이 드셌던 상반기중 9.2 % 늘어나 작년 수준(11.2%)을 밑돌다가 9~10월 들어 20%대의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해외여행객 수는 늘었지만 1인당 지출 경비는 91년에2천39달러로 최고치를 보였다가 92년에 1천8백58달러,올들어선 10월까지 1천6백82달러로 크게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여행객 한명 한명이 어떤 사람들인지는 알 길이 없으나 그만큼「알뜰 여행」이 많아진다는 것이고 또 무역 규모가 커지고 세계화가 진전되는 상태에서 해외여행객이 늘지 않는다면 그 또한 이상한 일이다.
국민계정상 올 3.4분기 들어 소비가 다소 살아나긴 했지만 작년 1.4분기(8.5%)나 작년 연간 소비증가율(6.4%)에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내구재 소비가 는다지만 음식숙박비 증가율은 낮은 편이고 또 최근의 내구재 소비 증가는 무턱대고 과소비로만 몰아붙일 수 없는 측면이 많다.
TV.냉장고.세탁기등 가전제품을 중심으로 주요 내구재 보급률이 1백%에 육박한 상태에서 80년대 초 사들인 가전제품을 이제는 좀 더 큰 것으로 바꿀(대체수요) 시점이라는 것은 업계의상식이다.
또 특소세가 올라 값이 더 오르기 전에 사두자는 심리도 상당히 작용하는 것이「합리적」인 소비행태다.
새로운 차종이 나오고 무이자 할부제가 폐지될 것이라는 전망도승용차 바꾸는 시기를 앞당겼을 것이다.
실명제에 따른 일부 고소득계층의 高價 제품에 대한 소비성향이없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최근의 소비행태를 일반에까지 넓게 퍼진 과소비 심리로 보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다.
〈梁在燦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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