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국제화시대 섬세한 여성인력 활용하자-대기업 채용늘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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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최근 그룹마다 여성의 참여와 역할을 중요시하는 새로운 기업문화가 형성되고 있다.공채외에 별도로 대졸여사원만 모집하는 그룹이 늘고 있는가하면 일부 그룹은 채용인원과 전문직 배치를 크게늘리는등 여성인력 확보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三星그룹은 올해 공채외에 대졸여성전문인력 5백명을 채용했으며지난26일 現代그룹은 공채인원과 별도로 12월초 2백명의 대졸여사원을 추가모집한다고 발표했다.
럭키금성그룹.大宇그룹 등은 특별히 따로 채용하지는 않지만 올해 대졸여사원을 지난해보다 배 가까이 뽑을 예정이다.
주요그룹들의 여성인력확보에 대한 움직임은 단순한 숫자늘리기에그치지 않는다.
디자인.비서직등「여성 단골직」에 제한됐던 분야를 일반영업직.
기술직.사무관리직 분야에까지 넓히고 있다.
아남그룹계열 아남산업은 최근 3년이상 근무한 현장직 여사원에게 승진시험까지 실시했다.
기업들이 이처럼 여성인력을 중시하는 풍조는 일자리에서 남성의물리적인 힘을 필요로 하는 영역이 줄어들고 정보화.국제화등 새롭고 섬세한 업무능력을 필요로하는 기업활동과 맞물려 점점 확산되고 있다.
각 그룹의 최고경영자들도 최근들어 여성의 역할을 새삼 강조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三星그룹의 李健熙회장은『상품을 구매하는 사람은 여성인데 반해우리의 기업활동은 너무 남성위주로만 이루어졌다』며 기업경쟁력 강화에 여성인력의 비중을 강조했다.
現代그룹의 이번 대졸여사원 추가채용은『비서직.특정직에 그치지말고 모든 업무에 여사원을 대폭 활용하라』는 鄭世永그룹회장의 특별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같은 기업들의 움직임과는 별개로 아직도 우리나라의 여성 고급인력 활용은 외국과 비교할때 크게 미흡하다.
국제노동기구(ILO)의 91년도 통계를 보면 전체취업자중 전문대졸이상 여성비율이 우리나라는 9.1%에 불과하지만 가까운 日本과 臺灣만해도 각각 23%,16.2%에 이르고 있다.
게다가 직업별 여성취업자의 구성비율에서 우리나라는 전체 여성취업자중 20.5%가 전문기술직.사무직에 종사하고 있으나 美國은 57.6%,日本 39.6%,싱가포르 45.2%로 격차가 크다. 노동부 근로기준국의 河甲來과장(39)은『그동안 우리나라 여성 전문인력의 채용부진은 노동시장의 수급 불균형에도 문제가 있었다』며『교육과정에서 남성.여성의 직업관이 분리돼 있어 실제기업의 수요와 어긋난다』고 말했다.고등학교나 대학에 서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이공계분야 등 여성전문인력의 공급이 부족하다는이야기다.
현대그룹의 한 관계자도『막상 2백명의 추가인원을 모집하기로 했지만 인문계는 이미 공채에서 필요인원을 뽑아 이공계 등의 전문인력확보가 고민』이라고 실토했다.
대졸여사원의 채용이후 사후관리문제도 아직은 풀어야할 숙제다.
대우그룹 여사원 공채1기로 86년 입사한 (주)大宇 토목설계부 南粉淑대리(32)는『입사후 7년간 회사생활 적응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앞으로도 계속 근무할 생각이지만 세살난 딸의 교육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대우그룹 인사팀의 權五澤이사(43)는『사실 채용시점에서만 보면 기업이 여성을 차별대우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며『다만 취업후 여성인력을 계속 활용할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여성인력채용 그 자체보다 남성과 다름없이 계속 여성인력을 활용할수 있도록 기업 바깥의 환경도 변해야 한다는 바람이다.
〈朴承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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