家電판매업계 전국시대-대리점 아성에 양판점.중견업체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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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국내 가전 유통업계가 戰國시대를 맞고 있다.
대형 가전메이커의 대리점위주로 운영되던 가전유통체계에 대량 구매.판매를 앞세운 家電양판점과 중견 유통업체가 가세해 혼전양상을 보이고 있다.또 무자료거래에 의존하던 용산.세운상가 주변의 영세업체들은 금융실명제에 따른 무자료거래의 축 소와 제조업체들의 밀어내기식 출하 자제로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유통시장개방과 실명제 태풍을 맞아 급격한 판도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양판점=전자랜드(고려제강 계열의 서울전자 유통)와 하이마트(대우전자 계열의 한국 신용유통)등 새롭게 선보인 양판.
혼판방식의 중견 유통업체들이 착실히 뿌리내리고 있다.
또 자생적으로 커온 자영 양판점업체들도 최근 한국가전양판점 협회를 조직,시장쟁탈전에 뛰어들었다.
薄利多賣를 앞세운 이들은 세원이 노출되는 자료 거래를 한다는점에서 무자료에 의존하는 용산.세운상가 주변의 기존 가전소매점들과 다르고,여러회사 제품을 동시에 취급하되 대량 구매.판매를통해 低價정책을 편다는 점에서 기존 가전업계 직영대리점들과 구별된다. 하이마트는 서울.의정부등 수도권의 10개 점포에 이어내년 분당 신도시에 추가 점포를 계획할만큼 중견업체로 성장했고,전자랜드도 서울.부산등지에 3개의 직영점을 갖추고 연간 6백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런 점에서 신원그룹이 최근 서울 서초동에 건축중인 「인터타운」도 양판직영점 체인화사업을 계획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이와함께 가전양판점협회의 중소 자영양판점들도 조직의 통일성을 높이기 위해 月3억원 정도 시험 공동구매 사업을 벌이고 가입 양판점들에 「한국 가전양판점 ○○店」으로 상호통일을 유도하고 있다.유통업계에서는 이들의 향배가 태풍의 눈으로 등장할 것으로 보고있다.
그러나 양판점협회의 출발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하다.기존 대리점을 대상으로한 회원 모집에서 대리점 대부분이 자금문제등 현실적인 문제로 가입을 않고 있기 때문이다.
3억~5억원의 자본금으로는 기존 거래선에서 이탈해 양판점으로버텨낼수 있을 것인지에 자신을 갖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가전 대리점=삼성.금성.대우등 가전3사들은 이에 대응해 대리점 이미지통일화와 서비스망 확충에 적극 나서 守成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들은 『단일 전산망을 갖춘 현대화된 매장과 고급 서비스로 양판점에 밀리는 가격경쟁력을 벌충한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가전업체들은 「가전랜드」「종합 플라자」등같은 상호와 산뜻한 이미지로 대리점 통일화작업을 벌이고 있고 이와 함께 각 대리점을 물류창고.서비스센터와 하나의 전산망으로묶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대리점에는 모델만 전시하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선택하면전국 어디든 가장 가까운 물류창고에서 곧바로 제품을 배달해주기위해서다.또 아프터서비스도 접수후 3시간 이내 현장에 도착한다는 것이 원칙이다.
이들은 무자료 거래가 줄어들고 제조업체들이 밀어내기식 출하를줄이면 양판점은 결국 대량 구매.판매에 따른 이익뿐이어서 대리점들의 서비스 향상으로 양판점과의 가격 차이를 충분히 극복할수있다고 보고있다.
그러나 가전업체들은 외국 대형 유통업체들의 상륙에 대비,서울시내 주요백화점 매장을 비롯한 전략적인 매장에 대해서는 대형화를 시도하고 있다.
◇종합 상가=금융실명제와 경기침체에 따라 무자료 거래가 줄어들면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가전제품 거래상들은 대리점과비슷한 공장도가격으로 물건을 공급받아서는 전혀 경쟁력이 없다고울상이다.
컴퓨터 하나 조립해 팔면 수십만원씩 남기던 것도 옛이야기가 됐다.국내외 유명 메이커들의 가격인하 경쟁으로 오히려 세운.용산 상가의 조립품보다 더 값싼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다양해지면서 강남지역 소비자들은 집과 가까운 천호동과 삼성동 무역전시장(KOEX)을 중심으로 새로 형성되고 있는 대형 컴퓨터 매장을 찾고 있다.
이에따라 지난달 말까지 용산.세운상가 주변 가전도매상과 영세전자부품 1백여개 점포가 사업자 등록을 반납하고 폐업신고를 했으며 상호변경을 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실명제로 무자료 거래가 노출되면서 과거 3~5년치의 세금을 소급 추징당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이거나 업종 전환을 위해서다. 용산전자상가의 한 주인은 『관광터미널 주변과 세운상가까지 포함할 경우 문을 닫은 점포는 이미 3백개를 웃돌 것』이라며 『경기침체와 유통시장 개방,실명제가 한꺼번에 휘몰아치면서 전자유통업계의 대변혁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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