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 「열발전」 용량부족/아파트주민 밤새 “덜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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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한파에 기습당한 허술한 겨울채비/연탄배달 기피 고지대도 냉방/차부동액 주입·난로구입 장사진
전국에 기습한파 비상이 걸렸다.
제주를 제외한 전국의 수은주를 영하로 끌어내린 기습한파가 나흘째 계속되자 시민들은 미처 못다한 겨울채비를 하느라 허둥대고 서울주택가 곳곳은 가스난방과 연탄배달이 제대로 공급안돼 주민들이 추위에 떨어야 했다.
기습한파가 몰아친 출근길 거리에는 시동이 꺼지는 등 고장난 차가 곳곳에 정지해 있고 자동차정비센터에는 부랴부랴 부동액 주입 등을 위한 차량들이 밀려들어 때아닌 호황을 누렸다.
용산전자상가는 겨울특수에 대비,상인들이 난방용품 확보에 나서는 가운데 난로 등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은 농수산물 반입량이 평소보다 30%가량 줄었다.
기습한파 4일째인 24일은 서울의 영하 9도를 비롯,▲대청봉 영하 22 ▲대관령 영하 15.6 ▲제천 영하 14.9 ▲충주 영하 11.6 ▲춘천 영하 10 ▲대구 영하 4.7 ▲부산 영하 3.4도 등 금년들어 가장 추운 날씨를 보였다.
23일 밤부터 수은주가 급강하하자 서울 강서구 방화동 시영아파트 6개동은 목동열병합 발전소에서 공급하는 난방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주민 4천여명이 추위에 떨며 발전소측에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서울 망원1동·증산동·녹번동 일부 주택가에도 도시가스 공급이 약해져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서울 관악구 봉천6동 달동네 고지대에선 정부고시가격 1백85원인 연탄 1장에 배달료와 웃돈 등을 붙여 장당 3백∼3백40원씩을 주고도 업자들이 연탄배달을 기피,서민들이 추위에 떨었다.
이 동네사는 한정혜씨(52·주부)는 『골목이 비좁은데다 길이 얼어붙어 3일전 연탄 1백장을 주문했는데도 아직 배달되지 않고 있다』고 불평했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S카센터에는 부동액을 넣고 배터리를 교환하려는 손님들 20여명이 23일 밤늦게까지 몰려 때아닌 성업을 이뤘다.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은 최근 가격폭락 사태를 맞고 있는 배추가 폭설이 내린 22일에는 8백28t이 들어왔으나 23일 밤엔 5백85t에 머물렀고 무는 1천4백10t에서 6백18t으로 절반이상 감소하고 거래마저 한산해 동장군이 시장분위기를 완전히 가라 앉혔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전기난로 등 난방용품들에 대한 수요가 갑자기 늘게된 용산전자상가엔 새벽부터 난방용품 운반트럭들이 몰려들었고 물건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뜨거웠다.
기상청은 『지난주말 비가 그친 후 21일 오후부터 북서쪽에서 찬 대륙성 고기압이 크게 확장하면서 추운 날씨가 4일째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기습한파가 24일 밤을 고비로 차차 회복돼 25일 아침에는 ▲서울·춘천·인천·수원·대전 영하 4도 ▲전주·대구 영하 3도 ▲부산 영하 1도 등으로 24일 아침보다는 덜 춥겠으며 26일부터는 전국적으로 예년기온을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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