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원 된 쓰레기매립장(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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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내에서 가장 크고 모범적으로 시공됐다고 당국이 큰소리쳤던 김포 수도권 쓰레기매립장이 인근 하천과 해안의 오염원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정부 환경시책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드러냈다.
중앙일보가 한국수도연구소와 함께 조사한 바에 따르면 사용한지 1년밖에 안되는 이 매립지에서 흘러나오는 침출수의 각종 공해물질 함유량이 기준치를 최고 7배씩이나 넘고 있으며,심지어 「연탄을 개어놓은 것 같은」 폐수가 하천으로 흘러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시로 부근 하천에서 붕어나 빠가사리 따위 물고기가 죽어간다는 주민들의 고발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이 매립장 건설사업을 맡은 환경관리공단측이 시공 당시 침출수 용량을 잘못 계산했고,오염에 대한 대책도 전반적으로 미흡했다는 사실을 솔직히 시인하고 있다니 더욱 기막힌 일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무려 8백70억원이나 되는 거액의 국가예산이 투입된 이 매립지를 계속 땜질해 나간다해도 제대로 보수가 가능할지 의문이며,그렇게 해서 추가로 소모되는 재정은 또 얼마나 낭비인가.
이 매립장의 부실성에 대한 지적은 이미 오래전에 결론이 나있었다. 공사의 완벽성을 의심한 주민측의 요청에 따라 작년 8월 환경영향조사를 실시했고,그 결과는 「불량」이라는 판정이었다. 매립지의 지반이 약하기 때문에 쓰레기가 쌓일 경우 그 하중으로 밑바닥의 점토층이 갈라져 침출수가 지하수의 수맥에 유입된다는 지적이었다. 환경처는 이러한 명백한 공사의 하자 지적과 주민들의 반발을 잘못된 조사를 근거로한 생트집으로 밀어붙이고 쓰레기 반입을 강행했던 것이다. 그러나 쓰레기가 예상했던 높이로 쌓이기도 전에 가장 기초적인 침출수의 정화기능부터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지금 드러난 김포 매립지의 환경오염은 이미 사용전에 예견됐던 것이다. 분명한 하자를 눈앞에 보면서도 그대로 방치하는 그 무력감이야말로 우리 환경정책의 단면이다. 대기오염을 줄인다,수돗물을 마음놓고 마시게 한다고 떠들고 예산은 쓰면서도 공기가 맑아지고 강물이 깨끗해지기는 커녕 악화일로가 아닌가. 그래서 환경정책은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쓰레기매립장과 소각장·핵폐기물 처리장 등 환경설비에 공해가 없다고 정부가 설득하려해도 주민들이 한사코 반대하는 것은 다 정부의 환경정책에 대한 불신이 깊기 때문이다.
정부는 환경설비의 시공과 영향평가에 더욱 철저한 검증과 완벽을 기해야 한다. 환경처는 당초 김포매립지 시공을 원칙대로 하려면 1개 공구에만도 3천억원은 들여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 3분의 1 값으로 공사했기 때문에 이 정도의 하자는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큰 잘못이다. 이 「값싼 비지떡」이 가져올 환경적 위해는 3천억원의 몇곱절이 될지 예상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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