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대응 “한목소리 내기”/「전담대사」 왜 신설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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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 외무가 대외협상 총괄 포석
김영삼대통령이 16일 북한 핵문제와 관련한 대외협상 창구를 외무부로 일원화하고 이를 전담할 「핵문제 담당대사」를 두도록 지시한 것은 최근 민감한 북한 핵문제를 둘러싸고 통일팀내에 적잖은 혼선이 빚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북한이 핵문제의 완전한 해결방안으로 주장해온 「일괄타결방식」을 놓고 통일팀내에 혼선과 공방이 일자 김 대통령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일괄타결안이 제의된뒤 한완상 부총리겸 통일원장관과 김덕 안기부장은 12일 이를 수용하는듯한 태도를 보였으나 이튿날 한승주 외무장관은 『어떠한 해결방안이 되기전에 중요한 것은 IAEA(국제원자력기구) 통상·임시사찰이 이행돼야 한다는 것이 정부입장』이라고 말해 이를 뒤집었다.
한 부총리와 김 부장은 발언 하루뒤인 13일 각각 자신들의 발언이 와전됐거나 발언한 사실이 없다고 한발짝 물러남에 따라 혼선은 조기진화됐으나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던져주는 등 대북전략의 미숙함을 보여줬다는 지적을 받았다. 따라서 김 대통령은 일관된 정책과 입장으로 「민감한」 북한 핵문제를 풀어 나가기 위해선 미국과 긴밀히 접촉할 수 있는 외무부로 창구를 일원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했음직하다. 다만 현재 외무부내에 핵대책반장(신기복 외무부 제1차관보)·핵통제공동위원장(이승곤 본부대사)이 있는데도 굳이 「핵문제담당 대사」를 두도록 지시한 것은 통일팀내의 위상관계를 많이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즉 한 부총리가 명색이 통일팀장인데 한 외무장관에게 부총리를 제치고 핵문제를 전담케 하면 모양이 좋지 않은 점을 감안,「전담」자리를 하나 만들어 사실상 한 장관이 대외 핵협상을 총괄케 하자는 포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외무부 당국자는 『핵문제 담당대사를 둔다고 해서 북한 핵문제를 풀기위한 외교적 노력에 어떤 변화가 일 것 같지는 않다』면서 『오히려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해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외무부는 북한 핵문제가 어차피 오랫동안 현안문제가 될 것으로 보여 관계국들과 긴밀히 협의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업무의 연속성 차원에서 전담하는 사람을 둘 필요가 있어 핵문제 담당대사를 임명했다고 설명했다.
환경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환경대사를 임명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따라서 김 대사는 핵문제 협상에 직접 참석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정책결정과정에 깊이 참여하고 한 외무장관의 자문역할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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