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퀴즈.게임프로 오락성 지나치다-인기연예인 겹치기 출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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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가족시간대에 방송되는 TV방송 3사의 퀴즈및 게임 프로그램들이 지나치게 오락성만을 추구,당초 취지에 빗나가고 있다.
방송 3사는 지난 가을 프로그램 개편을 통해 가족 시간대에 온 가족이 함께 즐길수 있는 건전 프로를 내보낸다는 취지로 이시간대에 퀴즈 및 게임프로를 집중 편성했다.
그러나 일반상식이나 논리력.추리력을 통한 재미를 추구하겠다던당초 의도와는 달리 이 프로들은 인기 연예인을 대거 출연시켜 말장난이나 일삼는 난센스게임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밤 7시부터 9시사이의 가족 시간대에 방송되고 있는 방송 3사의 퀴즈 및 게임프로그램은 무려 16개에 이른다.이중 KBS 제1TV의『TV올림피아드』를 제외하고는 너나 할것 없이인기연예인을 출연시키고 있다.
그 결과 방송사간의 프로그램 차별화도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인기연예인들이 중복출연해 시시콜콜한 신상얘기나 나누고 자체 TV프로그램을 선전하는 내용등으로 꾸며지고 있는 실정이다.
구체적으로 지난달 25일부터 1주일간 방송된 퀴즈및 게임프로를 보면 가수 김태욱이 SBS-TV『대결 20/40』등에 무려5회나 출연했다.그외에 가수 정원관.윤현숙,MC 임백천.임성훈,아나운서 김병찬도 3개 프로에 얼굴을 내밀었다 .퀴즈문제도 연예인을 소재로 한 것이 많다.
KBS 제2TV『퍼즐 특급열차』의「인물퍼즐」코너,『올스타 청백전』의「떴다!스타캄」코너,MBC-TV『집중 퀴즈테크』의「낙서얼굴」「스타 25시」코너,『고정관념을 깨자』의「열린 TV 나도할수 있다」코너,그리고 SBS-TV『대결 20/ 40』의「누구일까요」코너들이 그것이다.
연예인을 주요 소재로 하다보니 질문자체가 난센스로 흐르고 대답도 저질화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방송된 KBS 제2TV『유쾌한 청문회』에서는 심형래가 이야기손님으로 나온 엄용수의 대머리에 대해「보통사람들은 화장실에서 마무리를 뒤쪽으로 하는데 이 사람은 앞으로 하다보니 등가죽이 조금씩 뒤로 내려가서…」하는 식으로 답하기도 했다. MBC-TV의『집중 퀴즈테크』의 경우 출연자들에게 좋아하는 여성상은 물론 술버릇.잠버릇까지 물었는데 이중 탤런트 이창훈은 좋아하는 여성상에 대해「섹시하고 요염한 여성」이라고 서슴없이 대답하기도 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김우룡 외국어대교수는『방송사들이 모처럼 마련한 가족 프로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소비적 우상을 부각시켜 청소년들의 가치관 형성에 악영향을미치고 있다』고 저질화를 우려했다.
서울YMCA의 시청자시민운동본부측도 지난 8일「좋은 방송을 위한 시청자 워크숍」에서 이 문제를 주제로 다루었다.
시청자시민운동본부는『퀴즈및 게임프로그램이 모든 것을 희화화함으로써 시청자들이 삶의 진지성 자체를 거부하게 할 위험성을 안고있다』고 결론지었다.
〈鄭命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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