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씨 복귀론 정계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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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통일문제 몰두는 재개 신호탄”/민자/주류 강력부인 비주류선 “의심”/민주
김대중 전 민주당 대표는 정계에 복귀할 것인가.
본인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시중 사석에서 화젯거리가 돼오다 정치권의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5일 있은 한국정치학회 학술대회에서 이에 대한 가능성이 거론된데다 지난 7월 귀국이후 최근들어 그의 발걸음이 부쩍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대중 전 대표의 정계복귀 가능성에 대해 여야 정치권은 외형상 무관심한듯 하면서도 내심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의 복귀가 정계개편의 커다란 변수일 수 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우선 민자당 의원들은 대체로 그의 정계복귀를 경계하지만 그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다만 시중에 나돌고 있는 김영삼대통령과의 제휴설에 대해선 회의적인 반응이다.
지역구 출신의 한 의원은 이렇게 설명한다.
『국민의 이성적 판단으로는 김 전 대표의 복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정치는 이성으로만 설명될 수 없는 현실이다. 무엇보다 호남의 지역정서를 빼놓을 수 없다. 또 대권후보가 갑자기 만들어질 수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여야 모두를 들여다 볼 때 현재로서는 그에 필적할만한 후보가 없는 상태가 아니냐.』
김 전 대표가 통일문제에 매달려 있는 것 자체를 정계복귀 의사가 담겨져 있는 것으로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 당직자는 『통일문제 연구에 전념한다는 것은 더 큰 정치에 뜻을 두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3∼4년후에는 통일보다 더 큰 정치문제가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의 정계복귀 가능성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민정계 한 중진의원은 김 전 대표가 사실상 활동을 재개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단언하고 있다. 그는 『김 전 대표측에서 뭐라 하든 그의 움직임 자체가 정치활동이고 또 실세로 민주당 운영에도 직·간접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민주당은 주류·비주류간 적잖은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이기택대표측과 동교동계 등 주류 인사들은 그의 정계복귀 가능성을 극구 부인하고 있는데 비해 비주류측에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개혁모임의 한 의원은 『물론 상황변화가 없는한 김 전 대표의 정계복귀가 쉽지는 않겠지만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즉 앞으로 남북관계의 급진전이나 경기침체 등 상황변화 가능성이 많고 그럴 경우 그의 복귀 명분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 전 대표의 측근들은 그러나 이를 단호히 부인하고 있다.
한 측근 의원은 『그같은 얘기들을 우리도 듣고 있으며 직접 보고드린 적도 있다. 하지만 정치를 떠났다는 선생님(김 전 대표)의 뜻은 확고하다』고 잘라 말하고 있다.
심지어 한 핵심측근 의원은 『그런 논의자체가 선생님을 음해하기 위한 고도의 술수』라고 불쾌해 하고 있다.<신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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