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 투자와 민자유치(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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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도로·항만·공항 등의 시설이나 폐기물처리장 건설 등의 사업은 우리 경제의 국제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나 국민들의 생활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시급한 과제다. 산업의 시급성이란 측면에서 정부가 민자유치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하여 사철을 포함해 사회간접자본(SOC) 부문에 민간투자를 적극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건 여러모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
SOC 투자는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고,투자의 회임기간이 긴 사업이라 일반적으로 민간부문보다는 정부의 영역으로 여겨져왔다. 민간기업의 입장에서 별로 매력적인 투자대상이 아니라는 측면도 있지만,정부입장에서도 사업주체의 선정과정에서 일어날지 모르는 특혜시비를 피하려는 거북스러움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재 우리 경제의 상황은 이같은 장애요인 때문에 SOC 투자를 망설일만큼 한가롭지 않다. 따라서 정부나 민간기업이나 모두 이 부문에 적극 민자를 유치해 투자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의견을 함께하고 있고,시기상으로도 적당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투자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국민에게 추가적인 부담을 요구하는데 한계를 느끼고 있고,기업들은 적당한 투자대상을 못찾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SOC 투자가 국제경쟁력을 확충하기 위한 중요한 전제조건이라는 명분에 국민적 공감이 이뤄지고 있는 점이 민자유치 방침을 확정짓는데 유리한 요인이다.
이제까지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부분적으로 민간기업이 참여한 경우는 도로나 교량 등 매우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렀고,대부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기부채납하는 형태가 끝났다. 외국의 경우와는 달리 아직도 우리는 민간기업이 대규모 사회간접자본을 건설하고 운영하는데 익숙해있지 못한 것이다.
민간기업이 대형프로젝트에 참여하는데는 많은 투자위험이 따른다. 정부가 상당한 정도 이 위험을 나누어주지 않으면 사업주체 선정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또한 초기투자에는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기 때문에 기업의 해외차입이 가능하도록 제반여건을 정비해야 할 것이다. 특히 사업수행의 가장 큰 장애물인 토지확보에 관한 투명한 기준과 투자자에게 시설주변 우선 개발권을 부여하는 기준을 미리 마련해야 나중에 특혜시비나 보상에 따르는 잡음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민간기업이 사회간접자본에 참여함으로써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점은 기업이 갖고 있는 효율적인 운영기법의 도입이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 공기업의 민영화가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는 요즘 사회간접자본은 건설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운영 및 보수의 합리화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이번에는 관계당국과 기업이 충분히 협의하여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민자유치법을 만들어 91년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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