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복지,말보다 실천을(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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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 행정쇄신위원회는 29일 「장애인 복지제도 개선방안」을 확정하고 이를 대통령에게 건의키로 했다. 이 방안은 장애인의 취업과 교육 등 사회참여 기회를 획기적으로 늘리고,장애인 편의시설의 설치를 의무화하며,복지수당제도를 신설하는 등에 필요한 관계법규를 제정 또는 개정한다는 내용으로 돼 있다.
장애인 재활과 복지정책을 향상시키려는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은 경제성장에 따른 국부의 균형적 배분을 소외계층에 까지 확산시키려는 취지라는 점에서 매우 환영해 마지않을 일이다.
우리나라의 장애인 수는 대략 95만6천명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지적·정신적 장애인을 합하면 그 숫자는 훨씬 많을 것이다. 장애인 등록제가 실시된지 이미 5년이 지났으나 실제 등록된 수는 30% 정도인 24만여명에 불과하다. 이렇게 등록률이 저조한 것은 등록해 봐야 이렇다할 혜택도 없는데다 가족들이 노출 자체를 꺼리는 사회인식 때문이다.
「장애인복지법」 「장애인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등 관계법규가 지난 87,90년에 각각 발효됐으나 실제로 나타난 효과는 극히 미미한 형편이다. 법규의 구체적이고도 완벽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그것이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어 우리 장애인들이 당하는 소외의 설움은 말할 수 없이 크다.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정부나 정부투자기관에서부터 무시되고 있다.
거리나 건물에는 전용시설이 구비되지 않아 장애인의 통행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장애인 전용도로나 주차장 설치규정이 무시되는가 하면 대중교통수단인 전철은 역의 구조부터 장애인의 접근조차 거절하는 형국이다. 장애인 관련 법규는 사문화돼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정부가 추진하는 법규의 제정과 개정 작업에서는 내용의 보강도 중요하지만 규정된 내용의 실천이 보장되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다. 업종별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정했으면 그것이 지켜지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고용주체의 적극적인 수용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에 앞서 장애인 자신들의 적응훈련 및 기술교육과 이에 대한 정부의 적절한 역할이 중요하다. 왜 기업이 장애인 고용에 소극적인가를 분석해 이 요인을 최소한으로 축소해야 한다.
편의시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최소한 전철만이라도 장애인의 이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단계에서부터 배려하길 바란다. 구석구석에서 장애인을 배려하는 사회시스팀은 선진화의 지표이기도 하다.
이번 장애인 시책이야말로 화사한 말잔치나 명색 뿐인 법규 갖추기에 그쳐서는 안된다. 생활체제가 복잡해 질수록 장애인 발생률은 높아가게 마련이다. 장애인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 이웃의 일이고,내 자신의 일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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