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옷입기>건축가 김화연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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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金華連씨(51.건축가.역삼디자인연구소장)는 어디서나 눈에 띄고 단한번밖에 본일이 없는 사람에게도 쉽게 기억되는 사람이다.
그것은 그가 사시사철 쓰고 다니는 모자덕분이기도 하다.요즘 젊은이들 사이에는 모자가 유행하고 있지만 보통사람은 선뜻 모자를쓰게되지는 않는다.그 때문에 모자까지 갖춘 그의 옷입기는 어딜가나 눈에 띈다.
그의 모자를 두고 가족과 친지들은 뚜껑이라고 놀리기도 하지만그는 모자를 써야 비로소 완전히 옷을 입었다는 완성감을 느끼기때문에 이런 놀림정도에는 끄덕도 하지 않는다.『모자를 쓰면 머리손질 걱정없고 보온이 돼 감기도 예방할 수 있어 좋아요.』 그에게 모자는 이런 기능적인 장점만 갖는 것이 아니다.늘 남자처럼 짧은 머리를 하고 바지를 즐겨 입기 때문에 남자처럼 보이기 쉬운 것을 여성스러운 분위기로 커버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그의 모자는 30여개 정도.정장용.등산용.캐 주얼복용등 다양하다. 옷은 남대문이나 청평화시장.이대앞에서 사입거나 디자이너 친구의 창고에서 재고품을 골라오는 일이 흔하지만 정장용 모자는 외국여행을 할 때 모자점들을 돌아다니며 마음에 드는 것을골라올 정도로 그의 패션에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의 옷입기에 또 하나의 특징은 오버코트.트렌치코트와 같은 코트를 입지 않고 보온을 위해 판초같이 생긴 숄을 이용한다는 것이다.오버코트에 소매를 없애고 어깨선을 손목까지 연장시킨 것같이 생긴 이 숄을 색색으로 7,8개정도 가지고 있다는 그는 그날 입은 옷에 맞춰 바꿔가며 두른다.이러한 숄은 산 것보다 만든 것이 많다.만드는 방법도 간단하다.
1백80㎝너비의 양복감 2마정도면 길고 훌륭한 판초 숄을 만들 수 있다.먼저 감을 반으로 접어 앞자락과 뒷자락을 만들고 앞자락부분은 가운데를 길이로 자른 뒤 목부분만 약간 둥글리고 시접을 접어 재봉틀로 박는다.끝단도 술을 달거나 단을 접어 박으면 완성된다.그는 자신의 옷입기를 이 숄처럼 넉넉하고 이모저모 쓸모가 많은 옷들을 조합해 입는 것이라고 말한다.
〈梁善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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