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랑>하보경노인의 훈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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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10월은 문화의 달.문화축제가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있었다.축하공연.시상식등 실로 문화의 날로 지정된 10월20일 하룻동안 마로니에공원의 풍경은 풍요로웠다.문화체육부가 마련한 문화예술상 시상식에 참여하여 오로지 한길을 걸으며 고 난의 예술인생을 살아오신 웃어른들에게 빛나는 훈장이 수여될때 가슴이 뭉클하고 콧잔등이 시큰해지는 감동도 만끽했다.물론 예술인이 아니더라도 열심히 삶을 살아가는 모든 인생은 아름답다.그러나 유독 그 어른들의 주름진 얼굴,굽은 허리는 암울하고 긴 역사의 그림자가 배경이 되어 만감을 교차케 하는 것이다.
그 얼굴들 속에서 하보경 할아버지(밀양 백중놀이 전수자)의 모습은 실로 감동적이었다.당신의 얼굴에는 기쁨도 들뜬 표정도 없다.가슴의 훈장이 그저 어색하게만 느껴질 뿐이다.리셉션이 화려한 로비의 모퉁이에 당신은 불편함을 이길 수 없 어 망연히 앉아 계셨다.어떤 문화행사건 당신은 반갑게 달려 오시지만 멋드러진 시골 농부의 춤을 5분이상 추지 못하신다.
마로니에공원을 벗어나 영동의 작업장까지 오는 동안의 창밖 풍경은 그 어느때보다 경악스럽다.자동차 소음,고함지르는 소리,달려가는 교통경관,무표정의 인파,멋없는 건물,고개숙인 젊음들….
그 어느때와 조금도 다를 바 없는 회색도시의 우중 충한 얼굴들뿐이다.마음 속에서 느닷없이 시편의 한 구절이 읽혀졌다.
『거기 버드나무에 우리가 우리의 竪琴을 걸었나니 이는 우리를사로잡은 자가 거기서 우리에게 노래를 청하고 우리를 황폐케 한자가 기쁨을 청하며 말하기를 우리에게 시온의 노래를 하나 부르라 함이로다.우리가 이방에 있어 어찌 야훼의 노래를 부를까보냐.』 우리의 축제,우리 놀이의 맛과 멋은 근본적으로 삶에 대한환희와 긍정의 소산이었다.
우리의 기쁨을 표현할 그 무엇인가를 되찾지못한 축제속에서 어떤 희망을 가질 것인가 막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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