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지방 관리 부패·횡포 극심/공금으로 잔치… 가구 사들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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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아이 둘 출산” 마구잡이 거액벌금
○중앙권한 이양 편승
중국의 근대화가 점점 가속화되면서 이에따른 부작용도 만만치않다. 특히 중앙정부로부터 각종 권한이 대폭 지방자치단체로 이양되면서 지방관리들의 횡포가 극을 치닫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이들 지방관리들은 자신들의 요구를 따르지않는 주민들에게 가혹한 방법으로 폭력을 휘두르고 있어 원성을 사고있으나 관리들의 부패양상이 워낙 광범위하고 조직적이어서 중앙정부는 이렇다할 수단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지방관리들의 횡포는 주로 토황제라고 불리는 촌장을 중심으로 그물처럼 얽혀 빚어지고 있는데 촌장의 친·인척들이 대부분인 경찰·세리·판사들이 한통속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이들 관리들이 전권을 휘두르며 자신들의 뱃속 채우기에만 급급해하는 현실을 개탄하면서 차라리 지난 마오쩌둥(모택동)의 1당 독재시절이 더 좋았다고 분개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방관리들이 농촌주민들의 생활에 관여하는 정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깊고 넓다. 예를들어 한 마을의 총각이 다른 마을의 처녀에게 장가들려면 촌장이 발급하는 결혼소개서를 지참해야 한다. 이때 총각은 막대한 금품을 상납해야 함을 물론이다. 촌장은 또 재배할 농작물의 종류,돼지도살비용,1자녀이상 가족에 대한 처벌 등을 마음대로 정하고 이를 행사할 수 있다.
촌장을 중심으로 한 관리들의 공금유용은 이미 보편화되어 있는 상태. 이들은 공금으로 잔치를 벌이거나 윗사람에게 뇌물로 바치고 심지어는 자기집에 가재도구를 들여놓기도 한다. 주민들에게 뜯어낸 금품도 물론 이같은 용도로 사용되고 있으며 각종 민원사항에는 어김없이 일정한 액수의 돈이나 선물을 요구하고 있다.
촌장의 눈밖에 나면 치명적인 체형은 물론 수년간 갚아야 할 벌금에 처해지기 십상이다. 안휘성에 살던 딩 주오밍이라는 청년은 당국에 진정서를 보내 고향관리들의 횡포를 고발했다가 촌장 부하들에게 잡혀 맞아 죽었는가 하면 부리라는 지역에서는 30세의 농부가 아이를 2명 낳았다고 수년동안의 수입과 맞먹는 3천7백위안의 벌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방관리들은 아이들을 둘셋씩 두고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않고 있다.
이같은 관리들의 부패구조 때문에 중국의 중앙정부가 아무리 의욕적으로 정책을 집행해도 대부분 허사로 끝나고 있다.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을뿐더러 부패추방운동이나 가족계획 등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예일대 중국계 교수 왕샤오광씨는 『현재의 중앙정부는 지방에 권한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혁명후의 공산당은 그것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불가능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뜻있는 인사들이나 언론들이 관리들의 수탈을 고발하려 해도 이들의 보복이 두려워 섣불리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북경의 한 신문은 지방관리들이 주민들을 폭행하고 공금을 유용하며 농민들의 땅을 무단으로 착취한다는 보도를 냈었으나 해당관리들은 상급관청과 연대해 중앙정부로 하여금 이 신문사에 각종 압력을 행사케했다. 현 상황에서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지방관리들의 가렴주구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체념이 넓게 퍼져있는 것이다.<이원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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