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공항서 여객기 “충돌할뻔”/대형참사 모면 뒤늦게 밝혀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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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관제소 실수 같은 선로 2대에 동시 이·착륙 지시/조종사가 위기일발 알고 연락… 활주로 끝에 멈춰
김포공항 관제소의 실수로 항공기가 이륙중인 활주로를 향해 같은 순간 또 다른 항공기가 착륙하기 위해 고도를 낮추는 상황이 벌어졌으나 가까스로 대형충돌사고를 피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20일 오후 8시10분쯤 김포공항 구 활주로상에서 홍콩행 대한항공 615편여객기(A­300기종)가 이륙하기 위해 시속 2백㎞ 이상의 속도로 활주중 김포공항상공에 도달한 홍콩발 캐세이 퍼시픽항공 420편 여객기(L­1011기종)가 김포관제소의 착륙지시를 받고 같은 항로로 고도를 낮추는 상황이 벌어졌다. 당시 고도 6백피트(약 1백80m)로 활주로와의 거리 3마일(약 4.8㎞)에서 착륙을 시도하던 캐세이 퍼시픽항공 조종사는 활주중인 대한항공기를 발견하고 관제소에 이 사실을 알린 뒤 스스로 복행(착륙포기후 선회비행하는 것),위기에서 벗어났다.
김포관제소측은 그 순간 시속 2백20㎞로 활주하던 대한항공기에 「이륙중지」를 지시,급제동한 대한항공기는 2천피트(약 6백m)를 달리다 멈춰섰다. 이때 대한항공기 속도는 무조건 이륙해야 하는 한계속도인 시속 2백96㎞(이 속도를 넘어서면 급제동해도 활주로안에 정지할 수 없음)를 넘지않아 급제동이 가능했다.
당시 두 여객기에는 대한항공기 2백59명,캐세이 퍼시픽기 2백76명 등 모두 5백35명의 승객이 탑승하고 있어 항공사상 두번째 대형사고가 일어날뻔한 위기상황을 넘겼다(사상최악의 항공사고는 77년 3월27일 카나리아제도 테네리프공항 활주로에서 점보기 2대가 충돌,5백81명 사망).
김포공항 관제소는 『당시 관제탑에서는 착륙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착륙을 지시한 것』이라며 『관제의 문제는 전혀 없었으나 조종사가 착륙이 어렵다고 스스로 판단해 복행한 것 같다. 이 착륙이 빈번한 시간대에는 가끔 벌어지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항공전문가들은 『당시 상황에서 1∼2분만 늦었어도 대형사고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윤석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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