身土不二실천 우리밀 전용 음식점 달궁 연 정재학.양선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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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우리 것으로 좋은 것으로/정갈하고 깨끗하게/귀빈맞듯 정성으로」. 이런 음식점에서 무공해 우리 농산물로 만든 음식을 맛보는 기분은 어떨까.입맛과 마음을 황폐화시키는 外食문화에 중독(?)된 요즘 보통사람들에게는 잠시 얼떨떨할 정도의 호사로움마저느끼게하는 음식점이 생겨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달궁」.(545)0860 身土不二를 굳게 믿는 鄭在學(43).良善(38)씨 오누이가 지난 9월초 문을 연 이 음식점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국수를 비롯해 밀가루가 들어가는 모든 음식은 우리밀을 통채로 빻아 만 든다는 점이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반드시 살려내고 싶은 것이 참 많습니다.
잃어버린 우리의 옛 입맛,고객들의 소중한 건강,우리 농산물과우리 농촌….』 鄭재학씨는 물밀듯 쏟아져들어오는 외국 농산물을우리가 무심코 받아들이는 사이 우리 농촌과 입맛이 모두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한다.따라서 우리 밀을 되살려야하는 이유와 중요성을 좀더 널리 알리고 싶어「달궁」을 열게 됐다고.
『딴에는 남다른 사명감과 의욕으로 우리밀을 구하러 나섰는데 그것부터 너무 어렵더군요.백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경남 함안에서농민들로부터 가까스로 밀을 구한 뒤에는 방앗간을 찾느라 어지간히 헤맸지요.밀방앗간이 있는 경남 함양까지 밀을 운반해 보름에한차례씩 고속버스편으로 부쳐오는 밀가루를 찾아와야 하니까 수입밀가루를 쓰는 것보다 돈.품이 몇곱 더 듭니다.』 鄭양선씨는 여간한 각오 없이 나섰더라면 아예 포기하고 말았을 것이라며 웃는다.밀가루 원가만 비교하더라도 수입밀로 만든 경우는 20㎏들이 한부대에 9천원(上品)인데 비해 우리밀로 만들자면 최소 7만원쯤 든다는 것.멸치.젓갈.양파 등 도 원산지에서 사다 쓰려니 이래저래 원가부담이 커서 아직은 말 그대로「손해보는 장사」라고 밝힌다.
그러나 우리 고유의 국수맛을 아는 중장년층 고객이 늘고, 대구전.굴전.호박전(각각 8천원)등의 부침개 종류가 수입밀가루로만든 것보다 한결 구수하고 맛있다며 고객들이 좋아할때는 더없는보람과 기쁨을 느낀다고 오누이는 입을 모은다.
그런가하면 젊은이들이 통밀가루로 만든 국수(4천5백원)가 다소 껄끄럽다며 흡족스럽지않은 눈치를 보일때는 마음이 아프다고.
「내 가족을 위해 식탁을 차리는 정성」으로 오누이가 지키는「달궁」은 생명을 살리는 음식문화의 현장이라는 점에서 더욱 값지다. 〈金敬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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