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개원 15주년 세미나-의료질개선 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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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가장 우수한 의료진을 갖춘,그러나 가장 불친절한 병원」.
지난 15일 개원 15주년을 맞이한 서울대병원에 내려진 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다.
몇달씩 기다려야 하는 복잡한 입원수속과 2시간 대기에 1분 진료는 이제 이 병원을 이용하려는 환자들이 당연히 치러야 하는대가쯤으로 인식된 지 오래다.그러나 감기와 같이 가까운 병.의원에서 얼마든지 치료가 가능한 환자에게도 서울대 병원이 과연 일류인가에 대해선 많은 이들이 고개를 젓는다.
지금도 하루 4백명 이상의 외래환자를 보는 교수가 있다고 하니 이쯤되면 제대로 된 진료를 위해 名醫아닌 神醫라도 모셔야 할 판이라는 것.
실제로 이곳저곳을 다녀도 별 효과가 없다가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좋아졌다는 사람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서울대의대 柳泰宇교수(가정의학)는『대개의 질병은 증상이 처음 나타났다가 좋아지기까지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며『나을 때가 돼서 나은 것이지 서울대병원이라고 해서 특별한 약을 쓰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런 가벼운 질환을 지닌 환자외에 만성병 환자나 더이상 치유불가능한 말기환자에게도 꼭 서울대병원이라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 몰려드는 외래환자의 3분의1은 의사의 처방전만으로도 약국에서 똑같은 약을 구할 수 있는 만성병환자며 입원병상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말기환자들에게도 서울대병원이라고 해서 영양제와 진통제외에특별한 치료책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진료 의뢰서가 유명 종합병원으로 가기위한 서류조각으로 변질된지 오래며 기왕이면 좋은 곳에서 치료받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나 이때문에 정작 이들 종합병원에서 진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것이 문제.
개원기념 세미나에 참석한 서울대병원의 젊은 의료인들은『서울대병원은 환자 한사람 더 많이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양질의 의료인력을 교육하고 첨단의학기술을 연구해야 하는 과제가 앞으로 더욱 중시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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