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해항청이 저지른 官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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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그렇게 많은 승객이 탔을 것으로 생각지 않았습니다.엄청난 사고를 당한 생존자들이 겁에 질려 숫자를 불려 말하는 것으로 생각했지요.』 서해페리호가 정원초과와 과적으로 침몰됐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군산지방 해운항만청 관계자는 변명하기에 바쁜 듯하다.사고직후 항망청측은 승선인원을 1백40~1백50명정도라고 밝히며『많아봤자 정원 2백7명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었으나 인양된 시체가 2백구를 넘어서자 항만청관계자들은『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모든 게 우리 탓이니 용서를 빌 뿐…』이라며 고개를 떨구었다.
주민들은 이같은 사고가 언젠가는 나고 말 것이라는 불안감에서해운항만청등 관계기관에 운항횟수를 늘려주도록 건의했으나 묵살당해왔다.그런데도 운항관리를 맡고있는 해운항만청만 이런 사실을 모르는 듯 승선자 수를 애써 줄이려했던 것이다.
만약 항만청측이 평소 과적과 정원초과를 모르고 있었다면 직무태만이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더욱이 항만청측은 사고발생 이틀이 지난뒤 군산시청 회의실에서열린 국정감사에서조차『평소 승객이 60~70명에 지나지 않아 여객선을 하루에 두차례씩 운항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고 답변했었다.특히 군산지방해운항만청 직원들은 군산해경 이 사고 원인조사를 위해 선박검사 담당 吳모씨등 2명을 데려간데 대해 강한불만을 표시,16일엔 해경 수사계로 찾아가『우리가 무슨 잘못을했느냐』고 따졌다니 적반하장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여객터미널도 없이 선실에서 매표하며 과적과 정원초과를 막지 못한 잘못으로 빚어진 이번 사고는「官災」라고 해도 할말이 없을것이다.따라서 정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사고해역 뿐만 아니라전지역의 해운관리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群山 =玄錫化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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