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환경계획,강건너 불 아니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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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19일 지구온난화 방지를 주요 골자로 한 「환경변화 행동계획」을 발표했다. 모두 50개 항목으로 된 환경보호방안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화석연료의 사용량을 감축하고 에너지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배출된 오염가스의 흡수작용을 하는 삼림을 보호하고 식수사업을 전개하는 내용이다.
석탄·석유·가스 등 화석연료의 사용이 전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로인한 지구온난화현상이 가져올 전지구적 재앙은 이미 예측되고 예고된 바다. 클린턴 정부의 이번 환경변화계획 발표는 눈앞에 닥친 이러한 재난을 예방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지침이란 점에서 미국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위기의식을 제고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로마클럽이 「성장의 한계」라는 보고서를 통해 에너지의 이용증가로 지구온난화가 촉진돼 인류의 성장에 한계가 불가피하다고 경고한 것은 지난 72년의 일이다. 그러나 세계 각국은 이 경고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화석에너지의 사용량을 계속 늘려왔다. 그 결과 국제적 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화석연료의 연소로 1분마다 무려 4만2천t의 탄산가스가 배출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러한 위기의식이 작년 6월 리우환경 정상회담에서 오는 2000년까지 탄산가스 배출량을 지난 90년 수준으로 감축하자는 합의를 도출해낸 것이다. 클린턴 정부의 환경보호 행동계획은 바로 이 합의를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수범의 의미를 지닌다.
지구온난화를 지연시키고 예방하는데 이의를 제기할 어떤 이유도 없다. 그러나 이러한 미국의 탄산가스 배출규제와 에너지의 효율성 제고가 산업적인 측면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보면 우리의 이해와 직·간접적인 연관을 갖는다. 예컨대 자동차를 비롯한 내연기관이나 가전제품의 대미수출에서 배기가스와 에너지효율의 기준을 강화할 경우 우리가 받게 될 제약은 광범위할 수 밖에 없다. 또 환경오염 문제를 선진국들이 교역조건으로 내세우게 된다면 개발도상국들이 받는 영향은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정부는 장·단기 대응전략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 리우회의에서 채택된 온난화방지 조약에 따른 배출억제 기술의 이전과 자금협력 문제에 대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선진국들의 지구환경보호를 위한 에너지 절약 추세에 발맞춰 국내 에너지 정책과 산업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와 대책이 있어야 한다. 정부가 언제까지 자동차의 무한정 증차를 방관해도 될 것인가,에너지 소비의 증가가 생활수준의 향상과 비례한다는 착각에서 우리는 언제쯤 깨어날 수 있을 것인가 등에 대한 진지한 반성을 빠를수록 좋다. 그것은 비단 산업정책이나 무역정책뿐 아니라 국가안보와도 직결되는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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