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광장>여성신문과 여성잡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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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여성신문이 이달로 창간 5주년을 맞는다.「우리사회의 성차별문화를 극복하고 진정한 남녀평등 사회를 건설하기 위하여…」라는 창간취지가 시사하듯 여성신문의 존립과 그 당위는 실로 여성에게주어진 불공평한 사회 문화적 여건과 따로 떼어 생각할수 없다.
우선 여성신문이라는 이름부터가 「제2의 성」으로서의 여성의 입지를 재인식시킨다.얼핏 생각하기에 여의사.여판사.여사장.여장관.여총리등 여성이라는 접두사가 성행할수록 여성의 영역이 확장되고 여성의 문제가 개선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한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않다.남성중심 사회에서의 여성은 단지 명사 머리에 붙은 접두사와 같이 부차적인 존재로만 인식된다는 점이다.여성신문은 어떻게 보면 여성신문이라는 이름의 신문이 더이상 필요치 않은,여성운동이 요구되지 않는 페미니스 트 운동의 종식이라는 여성운동의 궁극적 목표를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는 여성주의 신문인 것이다.
반면 여성이라는 접두사가 붙기는 마찬가지지만 대부분의 여성잡지는 또 다르다.대부분의 여성잡지는 여성을 위한 여성지라는 허울하에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를 전파하고 있다.이들은 외양으로는 여성의 멋과 유행을 주도하는 새로운 여성문화 창조 의 주체처럼보인다. 그러나 여성이 제아무리 개화되고 여권이 크게 신장되었다고 하더라도 불변의 교리로 남아있는 원칙은 여성은 남성의 대상,즉 연인과 아내로 존재한다는 사실의 전파다.그리하여 여성지는 대부분 그것이 교양지건 패션잡지건 아름다운 연인,사랑 받는아내가 되기위한 지침서로 기능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속에서 여성지는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는 도시문화.
광고문화에 일조하는 反여성주의 매체로 기능하고 있다.
여성지를 탐독하는 여성독자는 따라서 상업화된 자신의 성을 즐기는,또는 이제까지 남성의 특권으로 행사된 몰래 숨어보고 즐기는 자(觀淫者)의 시선에 가담하는 일종의 매저키스트로 전환되는것이다.매저키스트 여성지와 페미니스트 여성신문은 현대여성의 대표적인 두 유형을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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